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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금의 시방목지](1) 겨울나무
[문상금의 시방목지](1) 겨울나무
  • 문상금
  • 승인 2021.01.06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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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가지는 고도의 마력, 공감력과 설득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 상상도 할 수 없는 다양한 생각과 고민, 관찰, 시행착오를 거쳐 정제된 시 한편을 세상에 내 놓습니다.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거짓 없는 세상입니다. 영주일보는 문상금 시인의 자작시를 통해 열어가는 『시방목지』를 연재합니다. 필독을 권합니다. [편집자주]

“화가가 되어 겨울나무를 그리고 싶다. 짙고 두꺼운 유채물감과 나이프로 한라산 어디쯤 맨발로 맨몸으로 혹독한 세월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겨울나무들을 캔버스 빼곡하게 그리고 싶다”

겨울나무

-문상금

창 밖 공한지
겨울나무
아아, 너는 참으로
당당히 서 있구나
네 굳은 심지 하나로
팔뚝 하나로
깊은 겨울속의
희디흰 뼈 같은 울음을
그 불 울음을
파시시파시시
한 줌의 재로 날리는구나
창 밖 공한지
내가 이름 없는 잡풀이 되어
바람에 쓸릴 때
겨울나무는
오늘도 눈보라 속에 서서
더 강력한 폭풍을 기다린다
 

-제1시집 「겨울나무」 전문
 

문상금 시인
▲ 문상금 시인 ⓒ영주일보

겨울나무는 늘 당당했다. 거인의 굵은 토르소 팔뚝을 지닌, 혹독한 겨울 눈보라 속에서 더 강력한 폭풍을 기다리며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던, 흡사 타 모코(얼굴 문신)와 키리투히(몸 문신)로 비장(飛將)한 마오리족 전사들처럼

봄여름가을을 두꺼운 나무껍질 속에 감추고 가끔 부르르 각질들을 털어내고 하던

산다는 것은, 겨울나무처럼 뼈 같은 불 울음을 재로 태워 날리면서라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걷고 또 걸어가는 것

그렇듯이 시(詩)를 써내려가는 것, 이 지상에 굳은 심지 하나로 중심(中心)을 잡아 내리는 것

오늘도 나는 캔버스에 거칠고 투박한 맨살의 겨울나무를 혼신의 힘을 다하여 그린다. 흰 꽃잎들, 진초록 잎들 그리고 붉은 생명이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음모(陰毛)의 골짜기를 그린다. [글 문상금 시인]

<문상금 시인 약력>

□1966년 서귀포시 상효동 출생
□1992년 심상誌 <세수를 하며>외 4편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심상시인회, 제주펜클럽, 제주문인협회, 서귀포 문인협회 회원, 한국가곡작사가협회 회원
□시집 ‘겨울나무’ ‘다들 집으로 간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있기 때문이다’ ‘꽃에 미친 女子’ ‘첫사랑’ 펴냄
□전 서귀포문인협회 회장, 전 숨비소리 시낭송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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