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27 13:41 (수)
[오롬이야기](53) 시골색시 안돌오롬, 제주중심에 뜨겁게 서다
[오롬이야기](53) 시골색시 안돌오롬, 제주중심에 뜨겁게 서다
  • 문희주
  • 승인 2021.01.04 20: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 마을 안뜰에 숨어도 젊은 신혼 객이 끄집어 낸 안돌오롬 -

돌오롬남쪽에서 본 탐방로 입구
▲ 돌오롬남쪽에서 본 탐방로 입구 ⓒ영주일보

안돌오롬을 찾을 때마다 결혼화보를 촬영하는 커플들을 늘 보게 된다. 그만큼 안돌오롬을 찾는 신혼여행객들이 많다는 말이다. 피크에는 하루 승용차량이 200~500대에 이른다. 이게 불과 작금의 현상이니 제주 제일의 핫한 오롬이라 할만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이들 중 안돌오롬을 올라 본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하듯이 오롬은 올라보지도 않고 “안돌오롬 곱다 하더라” 말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안돌오롬의 동쪽은 밧돌오롬, 서쪽은 거친오롬, 남쪽은 거슨세미, 북쪽은 체오롬, 그 입구에는 서수모루와 접하여 있다. 그러나 멀리서 보면 예상치 못한 넓은 들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더덕, 당근, 무우, 메밀, 콩 등을 재배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오롬들처럼 각단이나 황새, 억새, 잡초들이 뒤덮여 노는 땅은 없다. 이처럼 안돌오롬 주위는 송당 사람들이 농지로 쓰이는 곳이며 마을에서 불과 500m 안에 접해있는 곳이다.

서쪽에서 본안돌오롬가는 길
▲ 서쪽에서 본안돌오롬가는 길 ⓒ영주일보

안돌오롬은 거슨세미 북쪽 탐방로 건너편에 있다. 여기에는 비포장이나 간이주차장도 있어서 주차하기에 충분하다. 돌오롬 입구 앞에는 삼나무 숲 지대가 동서로 길게 띠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안돌오롬에서 내려오는 물길로 씻겨갈 곳을 삼나무들이 붙잡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앞에 보이는 곳이 안돌오롬, 숲 오른편이 밧돌오롬이다.

안돌오롬은 오를수록 남쪽 거슨세미가 점차 낮아 보인다. 오롬의 중턱을 오를 때쯤에는 서쪽으로 거친오롬과 조천읍 오롬들이 보인다. 북쪽으로는 체오롬 자락의 푸른 숲들과 그 너머 식은이오롬, 덕천 북오롬 등도 보인다. 서남쪽으로는 한라산이 뚜렷한데 능선자락의 오롬들이 아스라이 한라를 향해 떠가는 듯하다.

안돌오롬과 이웃한 오롬들의 비고를 비교해보면 안돌오롬은 93(해발 368.1)m, 밧돌오롬은 103(해발 352.8)m, 거슨세미는 125(해발 308)m, 체오롬은 117(해발 382.2)m이다. 비고의 차이가 크지 않으나 안돌-밧돌오롬은 바로 능선을 타야 하기에 거슨세미보다 높아 보이고 등반도 조금 힘들다. 안돌오롬 동쪽의 열린 굼부리는 남북으로 뻗은 능선을 품고 있다. 정상에 오르는 지점은 서쪽인데 남쪽 능선을 먼저 탐방하고 북쪽 능선으로 다시 돌아와 동쪽의 밧돌오롬을 바라보며 내려가게 된다.

남쪽에서 오르는 안돌오롬 길
▲ 남쪽에서 오르는 안돌오롬 길 ⓒ영주일보

그 옛날 목축이 주업이던 동네에서 소를 키울 때는 오롬에 소를 풀어 놓았다. 오롬 가득 자유롭게 ᄆᆞ쉬(마소)를 풀어놓아 먹이던 곳, 그런데 언제부터 주인이 생기고 철조망을 쳐지며 본디 자라던 촐왓(목초밭)에 볏과의 촐과 제완지, 돌피나 데우리, 콩과의 자골, 개자리, 자운영 등은 사라지고 그 자리는 오차드그라스, 라이그라스, 리본그라스, 클로버 등의 서양 목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껏 전해지기는 밧돌오롬은 돌이 박혀 있어서 돌오롬이고 안돌오롬은 돌이 없어도 돌오롬(밧돌) 안에 있어서 안돌오롬이라고 잘못 전해졌다. 여기서 ‘돌이란 제주어 ᄃᆞᆯ> ᄃᆞ리/드르> 들> 들판이란 말’이다. 안돌오롬은 ‘들판 안/안뜰의 오롬’, 밧돌오롬은 ‘들판 밖/밧 뜰의 오롬’이란 말이다. 그리고 이 오롬들이 마을에 인접한 안-바깥뜰에 있다는 사실은 송당마을에서 둘러보면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안돌오롬은 조금 가파르다 싶어도 발목을 감싸듯 키 작은 풀들이 매끄럽게 깔려 있다. 좁은 사잇길을 따라가다 보면 돌가시낭(제주찔레로 누워서 수평으로 자란다), 찔레(수직으로 자란다)들이 가끔 보이고 국수나무, 꽤꽝낭(까마귀쥐똥) 등의 키 작은 나무들도 보인다. 등성이에 오르면 동쪽 열린 굼부리 쪽으로 깊지 않은 골짜기가 보인다. 그런데 그 골짝에 우거진 숲은 전혀 예상 밖이다. 겨울에도 푸른 잎 후박나무, 사스레피 사이에 낙엽수인 구지뽕, 청미래, 송악줄 등의 넝쿨들이 윤놀이나무, 참식나무 등을 욱죄고 있는듯하다.

동쪽서본 안돌골자기
▲ 동쪽서본 안돌골자기 ⓒ영주일보

안돌오롬에서 밧돌오롬을 바라보며 동쪽으로 내려가는 비탈진 풀숲에는 가을의 진객들을 볼 수 있다. 보랏빛 꽃이 부끄럽게 열리는 섬잔대, 하얀 꽃 작은 물매화도 볼 수 있다. 돌매화는 7~15cm로 세상에 가장 작은 나무로 한라산에만 있다. 그러나 물매화는 7~45cm로 전국 각지 산에 피어나는 풀꽃이다. 애기물매화는 제주특산이라고 하는데 아직껏 필자가 본 것은 10cm를 넘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제주도 모든 물매화가 애기물매화인지는 의문이다. 밧돌오롬에서는 꽃향유가 많은데 안돌오롬에서는 눈에 덜 띈다.

밧돌오롬을 함께 탐방하려면 50여m의 들판을 지나 다소 가파른 비탈길을 오른다. 뜰 좌측은 체오롬, 우측은 거슨세미오롬이다. 여기서는 안돌오롬 굼부리를 바라보며 내려가게 된다. 안돌오롬에서 흘러온 물은 굽이쳐 깊은 구렁을 패이며 흘러내려 당오롬 앞에서 밴밭을 지나 비자림 쪽으로 나가는 구렁은 건천들이다. 그 건너편에는 가시딸기들이 가득한데 왼쪽으로는 심은 듯 떼죽나무가 숲을 이뤘다. 여기서 좌측으로는 삼나무 띠를 이룬 숲이 보이는데 여기를 지나면 입구가 나온다.

돌오롬 들판에는 농사를 짓고 오롬 위로는 소들이 한가로이 풀 뜯던 평화로운 들판, 그런데 대체, 누가, 언제, 빼앗아 갔는가? 이 겨울, 빼앗긴 들은 봄을 부르듯 푸르나 제주의 옛 목초는 이미 사라졌고 주인 바뀐 들판은 이방인 것이 되어 현지인의 손을 떠나서 본디 사람들은 이방인에게 세내어 농사를 짓는다. 들판도 오롬도 내 가슴처럼 말 못 하고 이 겨울에도 저렇게 멍들어 퍼런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해동 2021-01-07 08:37:50
이 글을 올리시는 문교수님
제주 곳곳의 오름들을 직접 현장 답사하시면서
각각의 오름들이 가진 위치와 특징들과
또 거기에 서식하는 각종 식물들이며
주변 오름들과의 비교 등을 읽어보면서 노고가 느껴집니다
제주는 높이 솟은 한라산을 중심으로
낮은 구릉의 언덕 같은 오름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 같은데
이번 기고문에서 올려주신 안돌 오름도 잼나게 읽었습니다
안돌 오름에 시골색시라는 닉네임을 붙여준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나도 제주는 서너번 갔는데 내가 안돌 오름에 가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글을 먼저 읽었더라면 좋을 뻔 하였다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 단락으로 올려진 제주 오름을 바라보는 기고자의 슬픈 마음이 닿아지네요
지금은 모두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빗대어 제주의 한을 표시한듯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라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발행일 : 2011-09-22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영주일보
  • 제호 : 영주일보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영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1 영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youngjuilbo.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