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 시인

햇살 택배
김선태
겨우내 춥고 어두웠던 골방 창틈으로 누군가
인기척도 없이 따뜻한 선물을 밀어 넣고 갔다
햇살 택배다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햇살 택배>, 문학수첩, 2018

겨울방학 내내 바람 불고 눈 오는 저녁마다 마음은 춥고 어두웠다. 걸어온 날들에 대한 후회와 다가올 날들에 대한 설렘이 교차되면서 어두운 골방에서 지난 일기를 정리하거나 책을 펼쳤다.
그러는 사이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지나고 창틈으로 봄햇살이 배달되었다. 이 지점이 끝이 아님을 선포하는 예언자처럼 햇살은 위대해 보였다.
그 햇살은 매화꽃망울 터뜨렸고 수선화를 피웠으며 서귀포 지나 남원 가는 길 목련나무에서 하얀 꽃망울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움츠렸던 우리들의 봄도 피어날 기세다.
살아온 모든 페이지에 詩가 숨어 있다가 햇살에 투영되며 별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충분히 행복한 조우였다. 생의 개학 앞에 드리워진 행운 같아 감사의 마음이 종일토록 눈부시다. [글 양순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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