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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신의 벌랑포구](2) 꽃밥
[김항신의 벌랑포구](2) 꽃밥
  • 김항신
  • 승인 2021.03.22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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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영 시인
구수영 시인
▲ 구수영 시인 ⓒ영주일보

꽃밥

구수영

밥먹자
마음이 아파도
몸이 힘들어도
배가 고프다고 하던 당신은
먹어도 먹어도
허기 지다고 했지요
조팝꽃 이팝꽃이 피어도
매화꽃 줄장미가 피어도
밥으로 보인다고
꽃밥이라 했지요

밥물이 넘쳐 당신 눈썹 다 젖고.
갈라진 입술위에 툭툭 터지던
붉은 산당화
노랗게 빈혈을 일으키던
산수유꽃 소식
꽃밥은 늘 헛밥이었어요
당신도 나도 어느 길에서
시간을 멈추고,
누군가의 밥이 되겠지요,
꽃밥이 되겠지요
헛밥이 되겠지요


《나무는 하느님이다》시와 실천 2019.
 

김항신 기인
▲ 김항신 시인 ⓒ영주일보

여기도 반가운 '꽃밥'이 있었네요

어느날 시,를 쓰면서 제목에 고심했던 일이 있었답니다.
'잡곡 밥'이라 할까? ' 꽃밥 ' 이라 할까? 하면서요.

꽃샘 칼바람 몰아치던 어느 날
모 신문사 신춘문예 당선 시상식 축제가 있었지요.
밴드활동하며 익혀진 모습이지만  마스크에 가려 있어도 직감으로 열려있는 마음은 통하게 마련인가 봅니다.
우린 서로 인사하며 시집 한 권씩
나누게 되었죠.
서로는 미숙하고 모자란 부분이 많다며 겸손함도 부릴줄 알았어요.

구영미시인의 ' 나무는 하느님이다' 를 받고 집에 왔을때
아무것도 모르는 딸이 하는 말
제목이 신기하다는 얘기 들으며
차례를 짚어보다가 '꽃밥'에 눈이 꽂혀 얼른 보게 되었답니다. 아~이렇게 통하는 것이구나 생각하며 알게된 구수영 시인의
자유문학상 수상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감히 몇 자 적어봅니다.

나는 '꽃밥' 이 이팝 보다 좋다고
했다.
꽃밥은 잡곡이라 모든 자양분을 받아 먹을 수 있지만 이팝은 나를
아프게 하는 헛밥이라서 그래서
못먹던 어린시절 보리밥에 곤쌀 , 좁쌀 한 줌 섞인 어머니 솥 강알에 솔잎 향 풀풀 내며 부짓갱이로 밥하던 그 시절이 좋아서

구수영 시인이 아버지와의 삶을
피력했다면 나는 어머니다.

어느날 점점 잃어가는 기억으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며
헛밥이 되고 만 어머니
일찍 떠난 남편, 가슴에 묻은 당신 딸 , 육지 요양원에 있어서 찾아 볼 수 없는 자식 고파 좋아하는 노래 한 자락 부르시다 허공 한 번 쳐다보다 헛밥이된 당신.

구수영 시인 아버지나
내 어머니나 어쩜 이렇게

언젠가 헛밥이 될 날 있듯 그대와 나, 우리 통했을까요.

[글 김항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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