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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14) 고양이의 눈물
[자청비](14) 고양이의 눈물
  • 송미경
  • 승인 2021.04.0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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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영주일보

나는 참으로 눈물이 많은 편이다. 살아가면서 공연히 눈물을 흘린 적이 많다는 자책에 웬만하면 울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어쨋든 눈물은 자신의 나약함을 나타내는 상징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드라마를 보거나 감정이 솟구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먼저 앞서곤 한다. 나이 들어가는 징조인가, 타인을 위한 측은지심인가 며칠 전, 창밖으로 갓난아이가 칭얼대는 울음소리 같은 구슬픈 소리가 들려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울음소리는 더 서글퍼진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청하며 애원하는 목소리처럼 들린다. 보통 고양이는 한밤중이나 새벽에 울어대는데 무슨 사연이 있길래 대낮에 저렇게 우는 것일까, 울음소리 따라 살펴보니 우리 집 주차장이다. 도둑고양이인가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두 마리 큰 고양이가 나란히 함께 앉아서 동그란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아마도 부부 고양이가 아닐까 싶다. 가까이 다가서려는 순간, 돌담을 넘어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도움을 주려고 손길을 내밀었는데 위험을 느꼈는지 순식간에 자리를 뜨고 말았다.

우리 집 2층에 여동생이 살고 있다. 동생은 애완견이든 고양이든 연이 닿으면데리고 살면서 보살핀다. 지금도 유기견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처음엔 동생이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혼쭐을 낸 적이 있다. 집에서 반려 동물들을 키운다는 것에 반대 하고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어린 강아지가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우리 집 재롱둥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동생은 내 눈치를 살피며 주변에 보이는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며 돌봐주기 시작했다. 그런 동생을 이해하려 했지만 난감했다. 말려도 소용없는 일이고 다 큰 동생 입장에선 잔소리처럼 들릴 뿐이다. 한참 대화 끝에 동생은 밖에서 떠도는 반려 동물들을 보면 자신을 보는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했다.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혼자 사는 동생의 아픈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내가 부끄러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큰 고양이는 새끼를 낳아서 먹이를 물어다주려고 동생을 애타게 부른 것이었다. 동생은 고양이 은신처를 알고 있었다. 나도 함께 따라 나섰다. 조금 전 보았던 그 고양이들이다. 동그란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고양이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한겨울 새끼를 낳았는데 먹을 양식이 없어서 매일같이 먹이를 주던 동생을 애타게 찾는 것이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이웃집 폐가에 가족의 은신처를 만들어 놓고 먹이 사냥이 힘겨워서 도움을 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생이 익숙한 손길로 어루만지니 얌전히 앉아서 말똥말똥 쳐다본다. 달래고 나서 먹이를 주자 어미 고양이가 눈치를 살피다 새끼 고양이에게 준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신의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은 같은 것이다. 고양이의 눈물을 통하여 서로 돕는 역지사지를 배운다. 눈물은 자신의 나약함의 상징이 아닌 내면에서 흐르는 뜨거운 정열이다.

진정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자만이 따스한 감정의 소유자요, 다른 이의 아픔을 어루만져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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