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강경우 칼럼]
강경우 칼럼(10) 동백꽃 붉은 사연"진정 이 제주를 위해 누가 어떤 철학과 가치를 지녔는지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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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01  19: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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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우 시인
4월 3일이 무슨 날인지, 진정한 도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을 이해하는 속내가 어째 좀 이상하다. 그것도 도지사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의 속사정이 알쏭달쏭해 보여서 하는 말이다. 그것은 야당 인사들께선 4.3 추념일에 대통령이 참석해 주길 적극 바라는데 반해, 여당 인사들께선 어쩐지 소극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것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원희룡 전 의원이라면 중앙정치 무대에서 뽑혀 내려왔으므로 대통령과 함께 걷는 모습이라도 TV영상으로 보여준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인데도, 별 말이 없다니 이상하지 않은가. 뭘 몰라서 그런가. 아닐 것이다. 오히려 그 아픔의 역사가 어떤 것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산골에 산다는 이유 하나로
바람 많은 돌섬에 붙어 억척으로 살았다는
그 이유로
겁탈 당했어. 아니
죽창 끝이 두려워 스스로 벼랑 끝, 떨어지기도 하였지.

서청, 그들은 악령이었어,
그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 없는 잔인무도한 악령이었어!

G-2 보고서 48.12.28
12월 20일 200여명의 서북청년단원이 은밀하게 대전소재 경비대에 입대, 이들로 특별중대(Elite Company)를 구성, 제주 9연대에 배치되었다.*(1)

-대장이 "최 소위"라고 해서······, 계급장도 없는 군대다. 특별중대라는 이름으로 주둔했다.
**성교를 강요하고 국부를 불로 지지고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내가 직접 목격했고 한두 차례가 아니다.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보았고.
-같이 있었는데, 10여 일이 지나니까, 썩는 냄새가······,결국, 모두 죽였다.
**정상적인 인간이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그러니까, 미친놈들이지.
**어떻게 살 수 있었나?
-난 약혼녀의 도움으로 살아났지만
살아났지만······.
다시는,
그녀를 볼 수가 없었다.*(2)

/
부인에게
임산부의 국부에 막대를 찌르고
그녀의 아랫배를 갈라내어
살해하는/ *(3)

/
죽은 어머니 가슴 위에서
젖 빠는 어린것을 죽창으로
찌르는 일일랑 업게 허여줍서/*(4)

아, 죽창에 찔려서, 불로 지져서, 몽둥이가 박혀서, 배를 가르고 태아를 꺼내고 남은
내장 없는 껍질이, 목 없는 살덩이가, 거칠게 잘린 머리가
빤히 쳐다보며 감지 못한 눈
나뭇가지에
하!
늘!
이!
썩!
어!
핏빛으로 맺힌 망울

아아, 4.3이여!
까마귀 울음으로 세상이 꺼지던 무지몽매한 밤이여!
강물이 흐르고 바람이 부는가, 훠이 훠이!
억새꽃

노을이 탄다 들불이 오른다
누이여!
태우자, 태워버리자
오름으로만 치솟는 불꽃, 혼불이여!
아! 영주(瀛洲)가 붉게도 울어
동백꽃

꽃은, 꽃으로 떨어졌나니········.
-강 경우. 「동백꽃 붉은 사연」전문(2005년작, 미발표)

=========================
자료출처 *(1)- http://www.cheju43.org/
*(2)- [제주 성산포 출신, 홍경표의 증언]
*(3)- ["한락산. 김명식 작. P212 부분]
*(4)- [같은 책 P214 부분]


필자의 졸작이다. 모 인터넷 사이트에 한 번 올렸던 글이다. 필자는 자작이면서도 이 글을 읽을 때면 눈물을 흘리게 된다. 필자의 처녀시집 한권이 무려 480페이지인데도 교정 시간에 쫓기다보니, 아쉽게도 이 글은 빠뜨리고 말았다. 각설하고 시의 내용을 조금만 살펴보아도 그 실상이 어떠하였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당시에 “서북청년단원”이 어떤 사람들이며, 어떤 집단이었는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몇몇 인사가 4.3에 대해서, 왜 소극적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지났다. 이젠 화합을 할 때이다. 때문에 어떤 인사들께선 적극적으로 대통령의 참석을 간청하는 것이 아닌가. 그 당시의 피해자도, 또 그 당시의 가해자도, 더러는 생존해 있을 것이다. 아니라 해도 여전히 그 후손들은 이 땅에 살고 있을 것이다. 서북이 조상이라는 사람들까지도.

어느 시대, 어디에서건 부조리란 것이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것의 존재는 영원할 것이다. 그래서 “알베르 까뮈”도 不條理란 순간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라고 했다. 까뮈가 말하는, 이 비합리성,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다.’라고 정의하던가. 하지만 현실은 늘 그렇지 않다. 이성을 갖춘 인간의 자기 파괴적 비합리성과 잔인성, 그에 대한 반항은, 결국 세계의 파국을 초래할 것이다. 자연환경 파괴적인 개발을 위한 개발, 거리 어디를 걸어도, 달려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가졌는지, 내 신용이 어떠한지 시시각각 감시받으며 살아야 하는 철저한 통제시스템, 결코 평등화할 수 없는 삶의 불평등, 권력과 금권과 지식이 한 통속이 되어 가르치는 우민화(愚民化), 그에 대한 무관심이 우리의 뼛속 깊이 박히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부조리엔, 4.3의 그때처럼 반항해야 하겠지만 지금 우리로서는 위에서 말한 여러 요인들 때문에 어떤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하지만 반항은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동반하게 된다. 복종과 굴욕, 수치와 불의를 조금이나마 종식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눈을 다시 떠야 한다. 진정 이 제주를 위해 누가 어떤 철학과 가치를 지녔는지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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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4.3 무섭다.
(2014-04-04 10:10:59)
인터젠틀
저도 눈물 흘렸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제주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모두를 화해하는 쪽으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합니다

(2014-04-02 17:56:59)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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