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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영주신춘문예, 이예연(시조), 김옥한(수필)씨 당선
2018영주신춘문예, 이예연(시조), 김옥한(수필)씨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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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1.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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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영주신춘문예 당선작 발표...시부문 당선작 못내
전국에서 총 2317편(시 1322, 시조 445, 수필 550) 응모
▲ 2018 영주신춘문예 당선자(사진 왼쪽부터) 이예연(시조 부문), 김옥한(수필 부문)씨 ⓒ영주일보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사’는 1일 인터넷 신문사상 전국 최초로 시행하는 ‘제11회 2018 영주신춘문예’ 당선작을 선정, 발표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뜨거워지는 영주신춘문예의 시조부문 당선작은 이예연(서울 송파구)씨의 ‘자전거 소개서’가 결정됐다. 수필부문 당선작은 김옥한(경북 안동)씨의 ‘엄대’가 선정됐다.

시 부문에서는 안타깝게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시부문 심사위원들은 “여전히 시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응모작품 대다수가 여전히 관념성과 추상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진부한 자기 고백으로 끝나버리거나 설명적이거나 울림이 없는 시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어 “슬픔도 그리움도 사랑도 삶도 실체가 없는 추상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다. 시는 정서의 고양(高揚)이다. 또한 시에서의 표현은 삶의 통찰력에서 오는 시인의 사유”라며 “사유의 세계는 일차원이 아닌 다양하게 뻗어나가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상상력에 젖어들게 한다. 글을 읽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다 아는 표현, 전혀 새로울 것도 감동도 없으면 읽을 이유가 없다”면서 “고심 끝에 당선작 없음으로 아쉬운 마음을 전한다. 자기 안에서만 웅얼거리는 것들이 과감하게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번 더 쪼아내기를 기대해본다”며 분발을 촉구했다.

응모작은 총 2317편(시 1322편, 시조 445편, 수필 550편)이며, 시상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당선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공지할 예정이며, 시상식은 2월3일(토)오후 3시 제주시 연동 소재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당선작가에게는 1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인터넷신문 ‘영주일보’의 상패가 수여된다.

[시부문 심사평]

“삶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사유의 깊이가 담긴 시를 찾아서”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라고 썼다. 시적 순간이 그럴 것이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세계가 내 안에 머물며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든다. 그러나 그런 순간은 끊임없이 ‘시’와 소통하는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하루아침에 시가 나에게 오는 법은 거의 없다. 그것은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나라는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시일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림이고 음악이고 축구고 실험실일 것이다. 고통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는 그렇게 감정을 건드리고 존재의 근원을 통해 삶에 가치를 부여한다.

올해 영주신춘문예 시 부문에는 총 370명이 응모했으며 1,322편의 원고가 들어왔다. 여전히 시는 많은 이들에게 삶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같은 병을 앓으며 함께 느끼고 공감한다는 것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상의 신선함과 표현의 적절성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삶을 바라보는 인식의 깊이다. 응모작품 대다수가 여전히 관념성과 추상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진부한 자기 고백으로 끝나버리거나 설명적이거나 울림이 없는 시들이 많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슬픔도 그리움도 사랑도 삶도 실체가 없는 추상으로 덩그러니 놓여있다. 시는 정서의 고양(高揚)이다. 또한 시에서의 표현은 삶의 통찰력에서 오는 시인의 사유다. 그 사유의 세계는 일차원이 아닌 다양하게 뻗어나가 독자로 하여금 새로운 상상력에 젖어들게 한다. 글을 읽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누구나 다 아는 표현, 전혀 새로울 것도 감동도 없으면 읽을 이유가 없다.

그렇게 고른 작품 중에 박이영의 ‘모자 쓴 코끼리’外, 전진욱의 ‘발톱’外, 이레나의 ‘기체의 내력’外 그리고 중복투고로 아쉬웠던 ‘첫차’外를 눈여겨 읽었다. 위 응모작들은 그래도 구체적인 상황 제시와 나름의 신선함, 그리고 사유의 깊이를 품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였다.

박이영의 ‘모자 쓴 코끼리’外는 모자와 코끼리라는 이질적인 사물을 대치시킴으로써 삶의 단면을 그려내고자 했다. 꽤 신선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런 표현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의미로 연결되지 못하고 파편으로 흩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끝까지 고심한 작품이었다.

전진욱의 ‘발톱’外는 발톱이라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을 통해 ‘아무짝’과 ‘쓸모’ 사이의 관계를 나름의 사유로 풀어보고자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다만, 문장들이 고루하게 이어지고 있어 표현의 참신함이 없고 더 이상의 사유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다.

이레나의 ‘기체의 내력’外는 마치 영화에서 어떤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영화적인 기법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그러나 그 표현방식이 너무 설명적이라는 데에 아쉬움이 남는다.

중복투고의 아쉬움을 남겼던 ‘첫차’外는 첫 행부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영정사진과 덧니라는 소재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면서 시를 읽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비유적인 표현이 적재적소에 쓰이고 시를 끝까지 끌어가는 힘이 있어 시를 오래 쓴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맞춤법이 불안한 점과 중복 투고했다는 점에서 등단작을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고심 끝에 당선작 없음으로 아쉬운 마음을 전한다. 자기 안에서만 웅얼거리는 것들이 과감하게 알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번 더 쪼아내기를 기대해본다.
<심사위원 정찬일, 김효선(대표집필)>

[시조 당선작]

자전거 소개서

빗방울은 등에 지고 땀방울은 지르밟아
가락시장 삼십여 년 공손히 함께해온
온몸에 보푸라기가 훈장으로 매달린 너

골 깊은 허기에도 비상구 없던 외길
숱하게 부대낀 날 짐받이에 걸어두고
힘차게 달리고 와서 숨 고르는 발동무

쭈글해진 두 바퀴에 기운을 넣어주고
다른 데는 괜찮냐고, 아픈 데는 없느냐고
페달과 늑골사이에 더운 손길 얹는다

청지기 받침대가 남은 하루 받쳐 들면
윤나는 안장위에 걸터앉은 가을 햇살
소담한 너울가지를 체인 위에 감는다

▲ 이예연씨(시조부문 당선자) ⓒ영주일보

[당선소감]

<껍질을 깨며>

그리움에 닿는 것은 모서리가 다 닳고 나서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간인가 봅니다. 긴 날이었습니다. 먼 길이었습니다. 맹목이었습니다. 형식을 갖춘 절제의 가락 속에 버젓하게 지존하는 언어의 숨결은, 저에게 있어서는 격조 높은 울림이었습니다. 그 울림을 따라 달려오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행간의 여백을 추스르는 일은 행복했습니다.

외로이 홀로서서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들꽃을 위하여 시조를 쓰겠습니다.늦은 만큼 보폭을 늘려 달려가겠습니다.

줄탁을 도와주신 심사위원님과 당선의 영예를 안겨주신 영주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오는 길을 잃지 않게 이끌어주신 마음의 스승님과 숭의여대 문창과 교수님들 고맙습니다.

하늘에 계신 오빠께 소식 올립니다.

끝으로, 숲속동화마을 가족들, 그리고 저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과, 만학의 길에서부터 오늘까지 든든한 버팀목으로 늘 힘이 돼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며, 한층 거듭난 좋은 모습으로 다시 설 것을 감히 약속합니다. 고맙습니다.

*약력

1950년 충남 홍성출신
2015년 숭의여대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샘터시조상 대상외 다수
서울시 송파구중대로24 훼미리타운225동1104호

[시조부문 심사평]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 ‘자전거 소개서’ 최종 낙점”

인터넷신문에서 신춘문예를 공모하는 곳은 영주신춘문예가 유일하다. 올해로 11회째를 맞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관심과 열기가 더해져 시조 부문에만 120명이 응모를 해 작품 수만도 445편이 되었다. 작품수의 양적 팽창이 시조의 내적 발전과 비례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시조 창작자의 외연이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마땅히 반갑고 기쁜 일이다. 흰 편지봉투에서부터 규격도 색깔도 각각인 서류봉투를 하나하나 뜯으며, 보낸 사람만큼이나 기대감에 설렜고 떨렸다. 허나 시조의 정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시편들이 꽤나 있어서 안타까웠던 것도 사실이다.

당선권의 반열에 1차로 오른 작품은 이상구의 ‘달맞이꽃 보법’ 이예연의 ‘자전거 소개서’ 문혜영의 ‘감나무 편지’ 고윤석의 ‘24시 포구’ 강예담의 ‘봄’ 이었다. 이 다섯 편 중 한 편만을 골라내기란 여간 고심이 되는 게 아니었다. 어느 한 작품이 특별히 뛰어나서 확 끌어당기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시조부문은 ‘당선작 없음’으로 결론이 났음을 알기에 더 고심이 되었다.

신춘문예 이름값의 상징처럼 신선함이 돋보이거나 균일한 수준의 작품으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는 쪽에 가점을 주고 이상구의 ‘달맞이꽃 보법’ 이예연의 ‘자전거 소개서’ 두 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두 작품의 우열을 가르기가 너무나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주제의 범위도 구체적이고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을 집약함으로써 감동을 더함과 동시에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 ‘자전거 소개서’로 최종 낙점을 했다.

‘자전거 소개서’는 화자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자전거와의 교감이 애잔하게 묻어나는 작품이다. 네 수까지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끌어가면서 정형의 그릇 안에 다소곳이 앉힌 품이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 측은지심으로 상대를 대하는 따스한 마음이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이번에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에게는 건필과 문운을 바란다.
<심사위원 김영란>

[수필 당선작]

엄대

잠든 남편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다. 마른논바닥 같은 그곳엔 구석구석 크고 작은 주름이 떼를 이루고 있다. 이마를 가로 지르는 주름과 눈 가의 잔주름들이 다투어 피어 있다. 마주볼 땐 몰랐는데 잠든 얼굴에서 더욱 선명하다. 어떤 주름은 분절음처럼 뚝뚝 끊기기도 했고 어떤 주름은 이랑처럼 골이 깊다. 언젠가 보았던 엄대 같다.

엄대는 옛날의 외상장부다. 반찬 가게나 푸줏간에서 외상 거래할 때 물건 값을 표시하는 길고 짧은 금을 새긴 막대기를 말한다. 엄대에다 들여놓은 물건의 분량만큼 금을 그어놓고 나중에 한꺼번에 계산을 했다고 한다.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장부역할을 대신했다.

몇 해 전 여행길에 삼강주막에서 엄대를 보았다. 부엌은 물론 바깥벽까지 금을 그어 놓았다. 흙벽에 부지깽이로 그은 흔적이 빼곡하게 남아 있었다. 일반 손님과 뱃사공들의 외상장부를 서로 다른 곳에 표기한 것이 특이했다. 나룻배가 유일한 수단이었을 적 이곳은 많은 길손들의 휴식처였다.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여 아침에 배달된 막걸리가 저녁이 되기 전에 동이 나기도 했다. 선술집 단골손님들은 외상이 다반사였다. 주모들은 대개 까막눈이라 글자를 읽지도 쓰지도 못하니 벽이나 종이에 마신 술잔 수만큼 길게, 짧게 작대기를 그었다. 엄대가 외상으로 술을 마시거나 물건을 사는 것을 ‘긋는다’고 하게 된 시초라고 한다.

남편의 주름은 무수한 세월이 그어 놓은 인생의 외상장부다. 그 금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평생의 직장이었던 학교에서, 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저런 속상한 일들로 인하여 생긴 주름일 것이다. 나 때문에, 아이들 때문에, 제자나 친구, 친척들 때문에 그어진 주름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

연년생 남매를 데리고 하루에 버스가 두 번밖에 다니지 않는 벽지에 근무한 적이 있다. 병원도, 약국도 없기에 밤중에 아이가 열이라도 나면 밤을 꼬박 새기 일쑤였다. 퇴근 후면 급하게 약이며, 필요한 물품 사느라 곰비임비 먼지를 뒤집어쓰며 오토바이로 비포장도로를 오갔다. 자식사랑이 유별한 남편에게 아이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분신이었고, 특히 몸이 약한 막내는 아버지의 정성으로 길렀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계란 한판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결혼을 않고 있으니 빨리 대를 잇고 싶은 남편의 주름살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교 재직할 때였다. 어느 해 제자가 가출 후 차량을 털어 생활하다가 절도범으로 파출소에 잡힌 적이 있었다. 못으로 만든 만능 열쇠로 택시 문을 마음대로 열고 도벽을 일삼았다. 학교에 오지 않으려는 학생을 매일 데리고 다니며 중학교 진학까지 시켰다. 퇴직 몇 해 전엔 초등학생 제자들이 중학교 일진과 어울려 비행소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밤낮을 뛰어다녔다. 그때마다 남편 얼굴엔 하나 둘씩 주름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퇴직 후엔 땅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다. 전원주택을 지으려 곳곳에 발품을 팔다가 원하던 대지를 찾았다. 앞에는 낙동강이 보이고 뒤에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그야말로 배산임수 명당이었다. 계약과 동시에 땅값을 완불했다. 그날부터 남편은 매일 설계도를 그렸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로 연못까지 만들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땅 주인은 돌연 계약을 취소하였고 노후를 전원생활로 보내려던 남편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때도 굵은 주름 하나가 생겼으리라.

남편은 단순하고 외향적이다. 얽매이기도 싫어하지만 간섭받기는 더욱 싫어한다. 그런데 나는 작은 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아이들 대하듯 매일 했던 말을 또 하며 잔소리를 했다. 신중해라, 술 적게 마셔라, 외식 많이 하지마라는 등 듣기 싫은 말들을 녹음기 틀 듯 반복했다. 처음에는 다툼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체념한 듯 반응이 없다.

남편이 퇴직한 후부터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남편 몫이 되었다.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나는 언제부턴가 군데군데 고장이 났다. 목 디스크로 고개를 숙여서 일을 못하고 무리하면 팔까지 저릿저릿하다. 허리도 시원치 않아 구부려서 하는 일 또한 힘들다. 내조보다 외조가 당연한 듯 살고 있다. 텃밭일이나 운전은 물론이고, 무거운 것을 못 드니 장보기도 남편 몫이다. 마당 빌어 봉당 빌어 안방차지 한다는 말처럼 집안일 대부분을 맡기고 있다.

남편은 불만이 많겠지만 내색을 않는다. 아내가 해야 할 사소한 일까지 도맡아 하는 남편을 볼 때마다 고맙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그 말이 밖으로 나온 적이 없다. 어쩌다 조금 거드는 날은 목을 가누기조차 힘들어 남편이 안마까지 감당해야 하니 아예 손사래를 치며 말린다. 솜에 물 스미듯 이제는 남편에게 가사를 맡기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버렸다. 요즈음의 나는 남편에게 떼 주름을 긋고 있는 것 같아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곤히 잠든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감사와 안쓰러움의 소리로 들린다. 주름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라지만 동갑내기인 나보다 주름이 훨씬 많다. 저 주름들 하나하나마다 그의 역사가 음각되어 있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어진 금은 실은 가족과 타인에 의해서였을 것이다. 제자들이 속을 썩일 때마다 하나, 아내가 잔소리할 때마다 하나, 자식들이 애 먹일 때마다 하나. 우리가 그어놓은 주름들이 주막집 빚처럼 선명히 새겨져 있다.

엄대 같은 얼굴을 보며 남은 세월은 그동안 남편에게 진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잔소리도 줄이고, 내 위주가 아니라 그를 위한 삶을 살리라. 가로금 위에 세로금을 그어 빚을 지웠던 주모처럼 얼굴 주름을 하나 둘씩 지워주고 싶다. 주름이 지워질 때마다 활짝 웃는 얼굴을 떠올린다. 잠든 남편의 얼굴이 어느새 햇살 고요한 수면처럼 환해진다.

▲ 김옥한씨(수필부문 당선자) ⓒ영주일보

[당선소감]

수많았던 나의 겨울들에게

올핸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시작된 심한 몸살로 몸과 마음이 사막처럼 황폐해졌습니다. 간신히 창을 열고 밖을 보면 시린 하늘에 마른 뼈 같은 나목들만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또 한해가 가는구나 싶어 회색빛 우울이 다시 도졌습니다. 그때 먼 곳에서 첫 눈처럼 반가운 전화를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수많은 겨울을 보낸 것 같습니다. 혼자 앓으면서 끼적였던 나의 자화상들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 마음이 울컥해집니다. 불면으로 지새웠던 그 모든 나의 겨울들에게 이젠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문을 열고 오늘은 잠시 산책이라도 나가야겠습니다.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겨울 속으로.

부족한 작품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당선의 영예를 안겨주신 영주일보에 감사드립니다. 손잡고 이끌어주신 선생님들, 수필사랑 문우님들, 윤슬회원님들 고맙습니다. 곁에서 묵묵히 지켜주고 늦은 밤까지 운전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남편과 응원해준 아이들께도 사랑한다는 말 전합니다. 늦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1953년 경북 안동 출생.
가톨릭상지대 사회복지과 졸업
제12회 동서문학 맥심상,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장려상외 다수
경북 안동시 안기1길 39. 대원아파트 101동 813호.

[수필부문 심사평]

“수필세계는 이미 작가의 경지를 넘나들고 있다”

문학의 위대함은 독자들과 함께 작품이 지닌 가치를 공유함에 있다 하겠다. 가치는 작가의 글이 타인의 공감을 얻을 때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 보다 짧은 산문인 수필은 탁월한 공유의 필력에 의존한다. 아무리 의미있는 체험이라 할지라도 나눔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면 독자의 시선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

2018영주신춘문예에는 전국에서 172명의 예비작가들이 응모하였고, 작품수는 550여편에 이른다. 어쩜 여러 기관에 재 응모한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주일보에 응모한 대부분의 수필들이 개인적 체험을 문장으로 잘 버물린 수작들로 넘쳐나 심사하는데 많은 긴장과 시간이 주어져야 했다. 본 신춘문예에서 우리는 단문 중심의 수필과 역사 중심의 수필 등 여러 유형의 수필들을 만나기도 했다.

수필은 개인적 체험에 대한 상상과 연상 그리고 문학적 기록을 그 가치로 삼는다. 과거의 체험이 현재에서 의식화 ․ 내재화 ․ 공유화 되고 그래서 미래의 가치스로움이 되기 위해서는 작가는 상상과 연상의 세계를 만나야 한다. 과거의 체험은 현재의 체험과 미래에 혹 만날 지도 모를 체험과 결합되고 재구성되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가치를 지닌다. 그러한 가치스로움이 독자와 같이 나눌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는 우선 본 신춘문예에 응모된 수필 중에서 시선을 끄는 여섯 편을 먼저 선정하였다.

김영길 님의 ‘다면체, 종이학, 바람 열차’에서 선보인 단문 중심의 수필은 새로운 시도로 우리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순경 님의 ‘영여, 자리, 쇠꽃’은 참신한 시선으로 시적인 감수성과 상징성을 수필에 버무린 수작이다.

박순태 님의 ‘문, 반풍수라도, 마음도장’ 역시 그윽한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며 문장을 재구성한 세련된 글솜씨를 보여준 수작이다.

김민영 님의 ‘시울질, 월지에서 선덕여왕을 기리다, 오월의 하루’는 개인의 체험을 타인화 하는 데 성공하고 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오가는 시공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응모자들 모두가 수필 제목이 전하는 메시지를 타자에게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자기만의 적절한 방향들을 찾아가고 있을 것이다. 자기의 글쓰기 현상이 어떠함을 알면 수필이 지향하는 본질의 길을 찾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도가 이어질 때 훗날 결실의 계절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회(chance)는 곧 변화(change)에서 찾아옴을 실감하는 것도 가치로운 문학의 생활화일 것이다.

안희옥 님의 ‘청에 젖다, 탱기, 사흘’ 3편 모두 수작이다. 다양한 체험 그리고 개인의 심리상태를 적절하게 버무리며 독자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문체가 시종일관 넘쳐난다.

김옥한 님의 ‘엄대, 담 구멍을 품다, 얼개’ 세 편 모두 적절한 비유와 개인적 체험을 섞어 재구성해 내는 솜씨가 읽는 이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수작들이다.

두 분의 수필세계는 이미 작가의 경지를 넘나들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이다. 최종결선에 올라온 두 분의 글들에 대한 수 차례의 탐독 후에 의미와 기치가 녹아있는 다양한 은유를 보여주고 있는 김옥한 님의 수필 ‘엄대’을 최종 선정하였음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다. 안희옥 님의 수필세계를 엿보게 됨은 우리에게는 크나큰 행운이었다. 후일 큰 영광이 있기를 기원 드린다.
<심사위원 문영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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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이 2018-01-01 12:36:49
시부문이 빠져서 못내 이쉽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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