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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에 “지명표기 오류 있다”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에 “지명표기 오류 있다”
  • 양대영 기자
  • 승인 2019.04.05 10: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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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금악리’가 ‘한경면 금악리’로 둔갑한 詩句 문제
“시인의 단순한 착각이나 오류로 넘길 것인가?”...‘갑론을박’
“심사위원의 4.3에 대한 이해부족...예심과 본심 심사위원 공개해야” 여론

“제주4·3평화문학상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는 지난 16일과 29일 두차례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시 부문에 김병심 시인의 <눈 살 때의 일>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소설과 논픽션 부문에서는 아쉽게도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러한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의 발표 이후 도내 문화예술계, 특히 문단 내에서는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에 응모하여 시 부문 최종심에 오른 신태희 시인의 4일 기자회견은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은 형상을 빚고 있다.(본지 4일자)

신태희 시인은 “당선작은 단편적인 문장들의 블록 쌓기에 불과한 작품이었다”며 “시 작품에서 4.3의 아픔을 느낄 수 없었다. 이러한 시가 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라는 사실은 4.3 유족들에게 돌아가야 할 예산을 낭비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라는 비판을 가해 눈길을 끌었다.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급기야 시 부문 당선작으로 선정된 김병심 시인의 ‘눈 살 때(눈 살 때: 눈이 맑을 때, 정신이 맑을 때)의 일’ 작품의 ‘매화차의 아리다는 맛을 사내의 순정이라고 가르쳐준 한경면 금악리 웃동네’라는 시구의 오류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한림읍 금악리’를 ‘한경면 금악리’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 시인의 단순한 착각이나 오류로 넘길 것인가 하는 문제를 떠나 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잘못된 표현을 무심히 넘겨 당선작으로 올린 것은 문학상의 권위를 떨어뜨린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악리 웃동네’가 한림읍 경내가 아니고 한경면이라고 시에서 단정 지은 것은 4.3기록의 오류로도 남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제주 문단 내의 여론을 들으면, 어느 시인은 “단순한 실수로 심사위원들도 미처 발견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냥 넘겨도 크게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또 다른 시인은 “이런 당선작 선정은 어떤 이유에서건 시에 대한 결례, 4.3 기록에 대한 오류로 인식될 수 있다. 심사위원들(예심.본심)의 잘못이 대단히 크다고 본다. 발표할 때라도 수정하여 냈어야 옳았다. 당선 취소 사유까지 될 수 있다고 본다”라는 지적을 서슴치 않았다. 또 한 시인은 "심사위원들의 제주4.3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예심과 본심의 심사위원들도 당선작 발표와 함께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갑론을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눈 살 때의 일
김병심

사월 볕 간잔지런한 색달리 천서동. 중문리 섯단마을로 도시락 싸고 오솔길 걷기. 늦여름 삼경에 내리던 동광 삼밧구석의 비거스렁이. 세 살 때 이른 아침 덜 깬 잠에 보았던 안덕면 상천리 비지남흘 뒤뜰의 애기 동백꽃, 동경에서 공부하고 온 옆집 오빠가 들려준 데미안이 씽클레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는 남원면 한남리 빌레가름. 갓 따낸 첫물 든 옥수수의 냄새를 맡았던 신흥리의 물도왓. 친정집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는 아가의 나비잠, 던덕모루. 예쁜 누이에게 서툴게 고백하던 아홉밧 웃뜨르 삼촌.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살았을 것 같은 가시리 새가름의 설원. 어머니가 끓여주던 된장국을 이방인인 그이가 끓여주던 한경면 조수리 근처. 매화차의 아리다는 맛을 사내의 순정이라고 가르쳐준 한경면 금악리 웃동네. 옛집에서 바라보던 남쪽 보리밭의 눈 내리는 돌담을 가졌던 성산면 고성리의 줴영밧. 명월리 빌레못으로 들어가는 순례자의 땀범벅이 된 큰아들. 해산하고 몸조리도 못 하고 물질하러 간 아내를 묻은 화북리 곤을동. 친어머니를 가슴에 묻은 아버지마저 내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애월읍 봉성, 어도리. 이른 아침 골목길의 소테우리가 어러렁~ 메아리만 남긴 애월면 어음리 동돌궤기. 지슬 껍데기 먹고 보리 볶아 먹던 누이가 탈 나서 돌담 하나 못 넘던 애월면 소길리 원동. 고성리 웃가름에 있던 외가의 초가집에서 먹던 감자. 동광 무등이왓 큰 넓궤 가까이 부지갱이꽃으로 소똥 말똥 헤집으며 밥 짓던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던 그곳에서 태어나 삼촌들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던 소설가. 초여름 당신과 손잡고 바라보던 가파도와 마라도, 알뜨르까지의 밤배. 지금까지 “폭삭 속아수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제주 삼촌들과 조케들, 잃어버린 마을.

 

*눈 살 때: 눈이 맑을 때, 정신이 맑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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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ug 2019-04-07 21:42:45
수상작에 오류가 있다는 건 큰 문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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