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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퇴계 선생의 예지(叡智)
[기고]퇴계 선생의 예지(叡智)
  • 영주일보
  • 승인 2019.04.0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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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훈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복지행정팀장
이충훈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복지행정팀장
▲ 이충훈 서귀포시 주민복지과 복지행정팀장 ⓒ영주일보

16세기 이후 조선 향촌사회를 규율하는 사회규범의 으뜸은 향약(鄕約)이었다.

좋은 일은 서로 권하고, 잘못된 일은 서로 규제하며, 예의와 풍속을 서로 나누고, 어렵거나 힘든 일은 서로 돕는다. 교통수단이라고 해봐야 마소의 발과 돛단배가 전부였고 통신수단은 고작해야 외세의 침입을 좀더 빨리 알릴 수 있는 봉화가 전부였던 시절,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헤아리며 살아가던 향촌사회에는 이것이면 족했다. 이웃은 곧 가족이고 형제이기에 매일 그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같이 일하고 그들과 같이 울고 웃으며 살아가기에 서로에게 해코지를 할 수가 없었고 쌀 한 되도 나누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해서 수백 년 동안 우리 조상들에게 향약의 4대 강목은 곧 유전자로 이어지던 상식이었다.

예안향약의 창시자인 퇴계 이황 선생의 좌우명은 신독(愼獨)이었다고 한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이 언행을 삼간다’는 뜻이다. 가히 조선의 으뜸 철학자이자 청백리의 표상에 어울리는 좌우명이다. 당대의 최고 석학이었던 그는 죽음에 직면하여 제자들은 불러 모았다. 그리고는 ‘그릇된 식견으로 제자들과 강론하였음’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마지막으로 전하였다 한다. 그의 식견이 그릇되었다면 우리 역사에 올바른 식견을 가진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는 죽어서 아무도 쳐다볼 수 없는 무덤 속에서 조차도 마음속에 혹시 모를 욕심 하나도 남기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정도면 사람이 할 수 있는 최고도의 청렴을 실천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신독은 후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또한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하니 말뜻의 풍미가 사뭇 경외롭기까지 하다. 요즘같이 스마트폰과 CCTV, 블랙박스가 차고 넘치는 세상이 올 것을 당시에 마치 다 알고 있었던 듯하니.

우리는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정보사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정의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수천 리 밖에 있는 이방인과 영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지구촌 사회에 살고 있지만 늘 외롭고 불안하고 무섭고 우울하다. 전쟁과 폭력, 흉악하고 끔찍한 사건사고, 지구 온난화에 미세먼지까지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준 선물치고는 너무 처참하고 가혹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자들은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면 초심으로 돌아가거나 역사에서 배울 것을 권한다. 이쯤에서, 착한 일은 권하고 잘못은 깨우쳐 주며 예의와 풍속을 존중하고 어려움은 서로 도와 이겨낸다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지극히 상식적인 좌표를 향약에서 찾아 보면 어떨까?

공무를 수행하는 자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의 강령은 청렴이다. 성실, 친절, 공정, 품위유지 등 공무원의 의무로 부과된 모든 도덕률들은 청렴으로 귀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아무리 공직자들이 청렴을 되뇌며 일을 하여도 우리 사회가 그들의 청렴함을 믿어주고 격려하며 함께 노력하는 풍토를 만들어 주지 않는다면 자칫 요란한 빈 수레로 남을 수 있다. 공직사회와 시민사회가 조선 향촌의 자치규범이던 향약의 덕목을 서로 함께 나누고 실천해 간다면 정말 재미있고 살만한 세상, 청렴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도 학교에서 바른생활과 도덕, 그리고 국민윤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을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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