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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패러디》눈 살 때의 일 (제주 4.3 평화문학상 당선작)
[특별기고]《패러디》눈 살 때의 일 (제주 4.3 평화문학상 당선작)
  • 영주일보
  • 승인 2019.05.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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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우 시인
강경우 시인
▲ 강경우 시인 ⓒ영주일보

봄 햇살 배롱하던 1947년 3월 1일, 기미독립기념식장에 모인 사람들을 쏴 죽인 경관을 징벌하여 민심을 위안시키지는 못하고, 오히려 주민 사살은 ‘모두 내가 시킨 바’라고 말을 했던 경무부장 조병옥, 이후 위력을 자행하여 조금이라도 관변에 혐의가 있는 자는 모조리 잡아다가 죄를 조작하면서 고문했던 일제 경관들. 끝내는 몇 사람이 죽었는데, 모두 병사하였다고 속였던 경관대. 이 때문에 사람들이 의심하고 두려워하여 장차 아침저녁을 보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였던 사람들. 몇몇 피의자들이 무리를 모아 산속으로 피신하여 몰래 일을 꾸미던 그때, 마침 국회의원 선거를 기회삼아 일시에 각 선거구를 습격하여 인명을 살해하거나 불살랐으니 이것이 이른 바 4.3 사건. 이후 정부가 파견한 군대에서도 산군에 호응하여 더러는 산속으로 들어간 군인들. 서북청년들을 모아두었다가 제주로 내려 보낸 이승만, 9월에 촌락을 불태우고 살육을 크게 행함이 수개월, 이름 있는 마을과 오래된 고을은 모두 잿더미가 되고 생명과 자산을 몰락하게 하였던 9연대장 송요찬. 이해 12월에 나머지를 소탕하고 서북민을 본도에 이식하려던 신성모. 삼밧 구석으로 내리던 노릇. 이때를 당하여 군경과 산군, 서북청년단 사이에 끼인 사람들. 오로지 삶과 죽음이 이들의 마음먹기에 달렸으니 두리번두리번 낭고치시(狼顧鴙視)하던 웃뜨르 사람들. /깨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이곳에서 태어나 삼촌들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던 소설가. 지금까지 “폭삭 속아수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제주 삼촌들과 조케들,/ 그때 사람들.

**필자 주 : -김병익 작. 『心齋集』일부를 (-김병심 작. 「눈 살 때의 일」)에 맞추어 구성해본 글이다. 당선작의 (~하던 ~하던 무엇)이라는 어법에 맞추느라, 이 패러디 구성 또한 의도적으로 그에 따랐음을 밝힌다. “/” : 표시는 원작 인용부분.

**“깨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 과연 심사를 통과한 글일까? 심사 위원이 한 두 사람도 아니고 여럿인데,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이런 오류를 보았다면 원작가로 하여금 수정토록 하였을 것이다. 아마도 심사자들은, 신문 지상에 오르고 나서야 당선작을 본 것은 아닐까?

이 같은 글은, 아무리 시로 보려 해도 ‘제주 돌담 쌓기’와 다를 바 없는 설명문이다. 그러니까 이 글 또한 어떤 사실을 수식어로써 덧씌운 체언을 횡적으로 열거하고, 그 상위 개념으로 범주화한 분류의 기법으로 묶은 설명문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글은 사실기록을 변형한 것이므로 그 당시 사건의 진실 일부나마 짐작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필자는 4.3 문학상 당선작인, “김병심”의 「눈 살 때의 일」은 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고 시라는 괴물도 변했다고는 하나, 최소한 시라고 할 때 마디글로 표현하든 줄글로 표현하든 또는 운문의 형식이든 산문의 형식이든, 시는 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문학의 거대 담론에서 시라는 글은 묘사나 진술이란 언술형식에서 또는 전체 형식과 구조적인 면에서 다른 글쓰기와 확연히 구분할 수가 있다. 흔히 말하는 전통적인 시법에서 이탈하려는 모더니즘의 여러 형식들, 이를테면 이상의 초현실주의, 조향의 데페이즈망, 김춘수의 무의미, 또는 휠 라이트의 병치은유이니 하는 것들이 있으나, 결국 이들 또한 특별하게 시라는 장르의 커다란 테두리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색달리 천서동. 중문리 섯단마을. 삼밧구석. 안덕면 상천리 비지남흘. 남원면 한남리 빌레가름. 신흥리의 물도왓. 던덕모루. 아홉밧 웃뜨르. 가시리 새가름. 한경면 조수리. 한경면 금악리. 성산면 고성리의 줴영밧. 명월리 빌레못. 화북리 곤을동. 애월읍 봉성, 어도리. 애월면 어음리 동돌궤기. 애월면 소길리 원동. 고성리 웃가름. 동광 무등이왓 큰 넓궤.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가파도와 마라도, 알뜨르./

이들은 모두 “김병심”의 당선작 속에 있는 4.3때에 ‘잃어버린 마을’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읽어도 제주어이므로 묘한 느낌을 받는다. 덧씌운 관형어를 살필 겨를도 없이 비지남흘, 줴영밧, 동돌궤기, 빌레못, 빌레가름이니 하는 이런 제주어가 묘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간잔지런한), (비거스렁이)를 끼워놓고 다시 읽어보면 무슨 주문 같아서 정신이 몽롱할 것이다. 그래서 당선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명이므로 그 의미는 몰라도 되었을 것이다. 하여튼 시도 상상에 의한 경험사실의 기록이긴 하다. 그러나 그 경험은 재생적 상상의 단순 기록에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함축이나 비유로써 의미를 나타내거나 이미지를 형성하여 주제를 지향하는 것이 시의 어법이다. 곧 창조적 상상을 통한 제3의 언어로써 논리화하는 것이 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김춘수”의 말처럼 시는 언어의 논리가 아니라 이미지, 또는 의미의 논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시라고 해서 거금 2,000만원이 걸린 당선작으로 뽑혔다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가 막힐 뿐이다. 그 2천만 원도 국민, 또는 도민의 세금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하니 필자 또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또는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관심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항간에 “김병심”의 당선작을 ‘병치은유’ 운운하는 것 같다. 전혀 아니다. 병치은유란 이질적인 싯구를 병렬함으로써 대결과 갈등을 유발하여 존재를 지향하는 휠라이트의 시법의 하나이다. 따라서 병치은유는 일상적이고 논리적인 의미를 배제하는, 비동일성의 원리를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휠라이트는 다음의 시를 예로 들었다.

The apparition of these faces in the crowd;
Petals on a wet, black bough.
-Ezra Pound. 「In a Station of the Metro」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에 꽃잎들.
-에즈라 파운드. 「지하철 역에서」전문.

①유령처럼 나타나는 얼굴들
②비에 젖은 꽃잎들

②의 ‘비에 젖은 꽃잎’에서는, 쉬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생각하기도 전에, 벌써, ‘서로 일그러진 모습’이 한눈에 보일 것이다. 하면 하루 일과에 지친 군상들의 우울한 인상이 아닌가. 하여튼 김병심의 당선작에선 동일성의 국면이든 대결의 국면이든 필자로서는 찾을 수 없었다. 제주어의 특성상 지명을 읽어나갈 때, 나 또한 토박이 제주인이지만, 마치 주문이나 염불을 외는 느낌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시니까 그렇다고 하면 거기에다 대고 무어라 할 것인가. 요즘엔 인터넷상에 글 석자만 올려도 시인님 소리를 듣는 세상이 아닌가. 사람 모아 놓고 시인 손들어라 하면, 열에 아홉은 모두 시인들이니까.

*제주 4.3 평화문학상 당선작 가기.
(http://www.youngju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83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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