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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형고래 부검 날…뱃속에서 1m 낚싯줄·그물 부스러기가
국내 첫 대형고래 부검 날…뱃속에서 1m 낚싯줄·그물 부스러기가
  • 온라인뉴스팀 기자
  • 승인 2020.01.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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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3일 오전 제주시 한림항 한 부둣가.

동이 튼 지 얼마 안된 이른 시각이었지만 부둣가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들은 이날로 예정된 대형고래를 부검하려고 전국에서 모인 세계자연기금(WWF)과 제주대학교 돌고래 연구팀 등 고래 관련 전문가들과 학생들이다.

국내에서 대형고래 부검이 실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날 부검대에 오를 대형고래의 정체는 보호종인 참고래다.

지난 22일 제주 한림 북서쪽 약 40㎞ 해상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참고래는 긴수염고래과로 길이 20m 이상 자라는 대형고래에 속한다.

이날 부검되는 고래는 12.6m, 무게 약 12톤으로 참고래치고는 작은 어린 새끼로 추정된다. 새끼 고래가 다 자라려면 25년 이상 걸린다.

부검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 새끼 참고래가 홀로 남게 된 이유와 관련해 새끼고래가 어미를 잃어버렸거나, 반대로 새끼가 죽자 어미가 새끼를 포기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어린 새끼고래라고 해도 크기가 크기인만큼 이날 부검에 참여한 사람만 30여명에 달했다.

사체를 가려놓은 천막이 걷히고 배를 옆으로 한 채 비스듬히 누워있는 고래 모습이 공개됐다.

쌀쌀한 겨울 바람에 실린 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고래 주변에는 부패를 막으려고 쏟아부은 얼음덩이들이 눈에 보였다.

연구진들은 부검에 앞서 묵념으로 참고래를 맞이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지 얼마 안돼 죽음을 맞이했고, 인간을 위한 연구용으로 쓰이게 될 새끼고래에 대한 추모의 의미다.

간단한 의식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부검이 시작됐다.

연구진들은 사체 가스를 제거한 뒤 도구를 이용해 고래 살점과 지방, 근육 등을 차례로 제거했다.

이어서 내장기관들을 꺼내 하나 하나 안을 살폈다. 부검한 사체 일부는 샘플로 보관하고 대부분은 폐기물업체를 통해 전남의 한 소각장에서 처리된다. 뼈는 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참고래는 발견 당시 죽은지 열흘정도 지난 상태였다. 당시 외관상으로는 부패 정도가 아주 심해보이지는 않았으나 부검을 해보니 상당 부분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부검은 4시간 뒤인 낮 12시가 되어서야 절반 이상 진행됐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해양생물들이 플라스틱 등 쓰레기를 먹거나 줄에 목이 감겨 죽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날 부검에서도 고래 뱃속에서 발견될 이물질에 이목이 집중됐다.

부검 도중 길이 110cm 길이의 낚싯줄과 작은 그물 부스러기 등 2개의 폐기물이 발견되긴 했으나 사인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아직 어리고 수염으로 이물질을 걸러내는 수염고래의 특성상 해양쓰레기를 다량으로 흡입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위장에서 기생충이 발견됐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이제 막 젖을 때고 먹이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 잡힌 참고래는 2016년 9월 포항에서 혼획된 길이 11.65m의 개체였다. 이때는 참고래가 보호종으로 지정되기 전이어서 연구용 부검을 하지 않았다.

김병엽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 교수는 "대형고래 부검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대형고래 연구 시작단계인데, 이번 부검이 국내 고래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이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는 한편 질병, 기생충, 해양쓰레기, 먹이, 잔류유기오염물질 등 분야별로 정밀분석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영란 세계자연기금 환경보전팀장은 "참고래는 질병이나 선박 충돌 등이 주된 사망원인인데 이 참고래는 굶어서 죽거나 해양쓰레기가 원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부검을 통해 얻은 샘플을 분석해 사인을 밝혀내려면 한달 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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