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4-08 23:00 (수)
[오롬이야기](1) 소들이 어우러 노는 들판 위에 도랑쉬오롬
[오롬이야기](1) 소들이 어우러 노는 들판 위에 도랑쉬오롬
  • 영주일보
  • 승인 2020.03.19 21:31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희주 교수·오롬메니저·연구가
문희주 교수·오름메니저·연구가
▲ 문희주 교수·오름메니저·연구가 ⓒ영주일보

다랑쉬오름’의 정확한 제주어는 ‘ᄃᆞ랑쉬오롬’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훈민정음의 ‘아래 ㆍ’를 한국어에서 ‘ㅏ’로 발음하여 제주어를 동일하게 적용하여 표기하므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제주어의 흔히 쓰이는 ‘아래 ㆍ’는 ‘ㅏ’보다 오히려 ‘ㅗ’발음에 더 가깝다. ‘ᄃᆞ랑쉬’ 역시 ‘아래 ㆍ를 쓰지 못한다면 ‘도랑쉬’라고 쓰는 것이 그나마 본디 발음에 가깝다.

ᄃᆞ랑쉬오롬의 명칭에 대한 첫째 견해는 한자어 표기인 월랑봉月朗奉에서 나온 것이다. ᄃᆞ랑쉬 오롬이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하여 ‘달랑쉬’라 한 것이 연음화되어 ‘ᄃᆞ랑쉬’가 되었다는 견해이다. ᄃᆞ랑쉬 남쪽 마을 송당리 사람들은 “ᄃᆞ랑쉬 굼부리에서 알이 태어나듯 보름달이 떠오르면 세상 비길 데 없이 아름답다”고 자랑한다. 필자도 ᄃᆞ랑쉬 오의 떠 오르는 달을 보면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이는 ᄃᆞ랑쉬 명칭을 한자로 표기된 데서 나온 오해이다. 아마도 월랑봉月朗奉이라는 한자어를 쓰므로 그 뜻을 유추한 데서 온 견강부회牽强附會(근거가 없고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대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맞춤)로 보인다.

둘째는 민속언어학자 김인호의 언어학적 견해는 ‘달랑쉬’는 부여와 고구려어인 ‘달수리’의 변화로 본다. 여기서 ‘달’은 ‘높다, 고귀하다’ 등의 뜻이고 ‘쉬’는 봉峰의 뜻을 가진 ‘수리’에서 ‘ㄹ’이 탈락되어 수리→수이→쉬로 변한 것으로 높은 산봉우리라는 뜻인 ‘달수리→달쉬’가 되었다 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랑’이 덧붙여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옳지 않다고 본다.

셋째로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ᄃᆞ’는 들판이란 뜻이다. 경상도 제일 산골 청양(청송-영양), 전라도 제일 산골이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이라면 제주 제일 산골은 ᄃᆞ리송당(조천읍 교래리, 구좌읍 송당리)이다. 여기서 ᄃᆞᆯ’은 ‘달구벌大邱’이라 할 때 ‘달’이며 ‘ᄃᆞ리’는 ‘들판/벌판’이라는 말로 충청도 삽교를 ‘삽다리’, 전라도 학교를 ‘학다리’라 하는 것과 같다. ‘ᄃᆞᆯ=달/ᄃᆞ리=다리’는 들판을 뜻하는 말이고 제주어의 ‘ᄃᆞᆯ’은 한국어의 ‘달’로 한자어 ‘월月’, ‘ᄃᆞ리’는 한국어의 다리로 한자의 교橋’를 음차한데서 온 오기誤記이다.

ᄃᆞ랑쉬의 ‘ᄃᆞ’는 ‘들판’이다. 필자는 만주에서 20여년 거주했다. 연변지방의 『연변취담』에 “훈춘시 경신진은 두만강 최하류 지역으로 그 곳의 제일 높은 산은 ‘수리봉(460.3m)’인데 ‘수리는 산 정상에 수리개=솔개가 유유히 날아다녀서 본래 운대산雲台山이라 하던 것을 ‘수리봉’이라 하였다”는 것이다. 옛 고구려, 부여, 예맥 땅인 만주에서 ‘수리’는 ‘독수리, 물수리, 참수리’의 ‘수리’로 솔개이다. 제주의 고량부씨는 고구려 고씨高氏, 양맥족(동예맥, 서예맥) 양씨梁氏, 부여 부씨夫氏로 제주에 온 성씨들이기에 언어와 문화의 공통점이 많다. 제주에서도 ‘솔개’를 ‘똥수리개, 똥소레기’라 한다. 그런데 ‘쉬’를 ‘봉峰’이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한 “랑은 아무런 이유 없이 덧붙여졌다.” 하나 잘못된 말이다. 중국어漢語사전에 ‘랑’은 ~格助詞, ~的結合, 表示, 和的意思(~격조사, ~적결합, 표시로 화和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는데 “화는 형용사로 평화/화평하다, 부드럽다, 온화/따스하다, 친절하다. 동사로 화해/화의하다, 따라/추종하다, 오르다, 섞다, 혼합하다”라는 뜻이다. 한국어의 ‘나랑 너랑’이라 할 때 쓰는 ‘랑과 거의 같은 뜻으로 보인다.

ᄃᆞ랑쉬의 ‘쉬’는 ‘소牛’를 말한다. 제주어’에서 소를 ‘쇠’라 하고 소를 괴롭히는 파리를 ‘쉬파리’라 한다. 따라서 ‘쉬’를 ‘봉’이라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필자의 이모님은 90을 앞두나 정정하시어 ᄃᆞ랑쉬에 대해 물었다. “지금 ᄃᆞ랑쉬오름은 나무도 많고 올라가기도 어렵지. 사료로 소를 비육하니 들판에 내놓지도 않고. 옛날엔 너나없이 ᄃᆞ랑쉬오롬에 소를 방목했지. 테우리(목동)는 말을 타고 오롬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마쇠馬牛를 살폈다.”고 하셨다. ᄃᆞ랑쉬오롬의 정확한 뜻은 ‘소들이 어우러 노는 들판 위에 오롬’이다. 그리고 들과 소가 어우러진 오롬이야말로 중국어 사전에서 말하는 ‘랑’의 뜻인 ‘화和’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다랑쉬 오름
▲ 다랑쉬 오름 ⓒ영주일보

세화리에서 ᄃᆞ랑쉬오롬은 좌우대칭으로 피라미드처럼 둥그렇게 곱다. 동쪽 성산에서는 뒤통수가 나왔고, 서쪽 평대 쪽에서는 앞이마가 튀어 나왔고. 남쪽 송당 쪽에서는 한쪽이 높고 한쪽이 낮아서 미군 베레모처럼 보인다. ᄃᆞ랑쉬오롬 탐방로 입구에는 관리소도 있고 내부에는 오롬을 소개하는 작은 전시관에 부로서(팸플릿)도 있다. 주차장에는 화장실과 정자도 있어서 쉬면서 차도 마실만하다. 탐방로는 나무계단과 마닐라삼패드가 깔렸고 로프도 매여 있다.

ᄃᆞ랑쉬오롬은 해발 382.4m이나 비고로는 227m로 제주 동쪽 조천, 구좌, 우도, 성산, 표선, 남원, 6개 읍면 중 가장 높다. 그래서 초보자들이 모르고 올랐다가는 종아리를 앓기도 한다. ᄃᆞ랑쉬오롬은 보기보다 결코 쉬운 코스가 아니다. ᄃᆞ랑쉬 굼부리는 원형굼부리(분하구)로 깊이는 115m, 높이의 절반인 셈이다. 제주도에서 제일 깊은 굼부리는 산굼부리로 132m, 두 번째 깊이가 백록담과 ᄃᆞ랑쉬오롬이다. 어느 날 젊은이들이 산굼부리 안으로 뛰어 내리는데 굼부리 속에 노루들이 사방으로 뛰어가는 걸 보니 신기하였다.

ᄃᆞ랑쉬오롬 정상은 좌측으로 평평한 오솔길을 따라 가는 게 좋다(표지에는 우측으로 나와 있다). 정상의 오솔길 숲을 따라 걸으면 제1/남쪽 전망대에 이른다. 남쪽 전망대에서 보면 우측으로는 비자숲ᄀᆞᆺ자왈과 그 위에 돗오롬(돝오름)이 보인다. 앞으로는 주구물(죽은물)ᄀᆞᆺ자왈 너머로 한라산과 조천읍 일대 오롬들이 보인다, 앞에는 활주로 같이 보이는데 25년 전 쯤 세화-송당 온천지구를 개발하려다 폐지된 자국이다. 전망대에서는 한라산까지 들판 위에 솟아 오른 오롬 군락들을 볼 수 있다. 좌로는 손지오롬, 좌보미, 동거미, 백약이, 문세기, 높은오롬과 한라산, 그 앞의 거슨새미, 안돌, 밧돌, 체오롬이다. 이것이 바로 제주의 속살이요 신의 작품이며 신들의 거처이기도하다.

제2/북쪽 전망대는 정상을 향해 산불감시초소를 바라보며 비탈길을 따라 오른다. 김녕-월정-행원 해변의 풍차들이 보이고 한동리 둔지오름도 보인다. 그리고 앞에는 구좌읍소재지인 세화항구가 보인다. 맑은 날에는 좌측으로 추자도, 완도, 여서도, 거문도까지도 보인다. 여기에 돌로 만든 망배단望拜壇이 있다. 성산읍 고성리 사람 홍달한은 숙종이 승하하자 바다건너 북쪽을 향하여 초하루와 보름 때 분향하고 애곡 하였다고 전해진다.

정상 입구에는 우측으로 돌아가도록 표기되었으나 그렇게 가면 계속 헉헉거리며 정상 길 1/3 정도를 계속 올라가야 하고 동녘바다의 아름다운 풍광도 놓치게 된다. 동쪽으로는 지미오롬, 일출봉, 우도를 바라보며 비탈을 내려가게 된다. 동쪽 전망대 평상에 이르러 앞을 보면 식산봉, 멀미오롬, 물메오롬, 큰물뫼, 윤ᄃᆞ리, 용눈이, 손지오롬 등이 보인다.

ᄃᆞ랑쉬 둘레 길은 자동차가 다닐 만한 산림도로가 있다. 겨울에 동쪽 둘레 길을 따라가면 좌우로 붉은 빛 제주 참동백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동백꽃이 질 때쯤이면 좌우로 늘어선 산벚나무 길이다. 찾는 이가 많지 않은 호젓한 산길. 산벚나무 꽃길을 걷노라면 잊었던 옛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이때가 되면 ᄃᆞ랑쉬 탐방로 좌우편 등반로에도 산벚나무 꽃들을 볼 수 있다.

왕벚나무는 잎이 피기 전에 무더기로 활짝 꽃 피우나 산벚나무는 잎이 피며 작고 하얀 꽃들이 조롱조롱 열려 마치 촌색시의 부끄러움을 보는 듯하다. 중턱에서 바라보면 모자이크같이 조각난 밭들과 유채꽃들도 볼 수 있다. 둘레 길을 계속 따라가면 산 위의 나무들과 달리 울창한 삼나무, 편백나무, 곰솔 숲이 있다. 이 숲에 이르면 저절로 눈이 맑아지는 상쾌한 기분을 느낀다. 아쉬운 것은 곰솔들이 제선충으로 많이 베여졌는데 아직도 누렇게 죽어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고경삼 2020-03-21 15:02:48
고향을 오래 떠나 있어 이런 고향의 역사와 전설과 유래를 심도있게 연구를 발로뛰며 전해주는 문교수에게 감사를 드린다.

고경삼 2020-03-21 14:56:37
고향을 오래 떠나 있어 이런 고향의 역사와 전설과 유래를 심도있게 연구를 발로뛰며 전해주는 문교수에게 감사를 드린다.

박해동 2020-03-20 20:51:02
재미있고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새겨서 읽을 것들이 있어
다시 한번 정독하려고 합니다

이성조 2020-03-19 22:07:58
몰랐던 제주오름의 신비를 열어 보는듯 신기하네요 기대합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라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발행일 : 2011-09-22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영주일보
  • 제호 : 영주일보
  • 발행인 : 유태복
  • 편집인 : 양대영
  • 영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영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youngjuilbo.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