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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네는 무슨 말을 타고 왔는가.
[기고] 자네는 무슨 말을 타고 왔는가.
  • 영주일보
  • 승인 2020.03.31 16: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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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현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조성현
▲ 조성현 ⓒ영주일보

직장인들에게 유행하는 단어로 ‘소확횡’이라는 단어가 있다.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의 줄임말로 신조어 ‘소확행’을 패러디해 직장에서 소소한 횡령을 즐기는 일을 일컫는 말이다. 차 준비실에서 커피믹스를 한 움큼 가져온다거나, 사무용품을 사며 귀여운 문구용품을 끼워서 계산하는 등 회사에서 하루를 종일 보내는 직장인들의 사소한 반항인 셈이다. 사람들은 SNS에 오늘의 ‘소확횡’을 사진 찍어서 자랑하기도 한다. 소소한 수준으로 전혀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작고 엉뚱한 일탈로 여기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조선 성종 때, 문신 최부와 송흠이 함께 홍문관에서 일했을 때다. 둘은 벼슬의 차이는 있었으나 고향이 가까워 친하게 지냈다. 하루는 송흠이 고향 집을 내려가던 중 최부의 집을 들르게 되었는데 최부가 뜬금없이 물었다. “자네, 무슨 말을 타고 왔는가?” “역마(驛馬)를 타고 왔지요.” “역마는 자네가 서울에서 내려올 때 집까지만 타라고 나라에서 내준 말이 아니던가? 내 집까지는 분명 자네의 개인적인 사행(私行)길인데, 어찌 역마를 타고 올 수 있단 말인가?” 송흠은 너무나도 부끄러워 역마를 타지 못하고 자기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서 돌아갔다고 한다. 이러한 일을 겪고 마음속에 깨달은 바가 컸던 송흠은 일생을 청렴하게 살았다고 한다.

가는 길에 잠깐 역마를 쓴 일이 어떻게 보면 별일 아닐지 모르나 공무용 차량의 개인적 사용으로 횡령에 속한다. ‘소확횡’은 법적으로 비품을 관리하는 직원이 회사 비품을 개인용도로 쓸 때 횡령죄가, 일반직원에겐 절도죄가 적용된다. 큰 고민 없이 이루어지는 비도덕적인 일들이 일상이 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청렴이란 단어는 크게 느껴지지만 정직한 마음으로 행하는 작은 행동들을 쌓아 올려 신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바로 지금이 ‘소‘소하고 ’확‘실한 ’횡’령이 아닌 ‘소’소하고 ‘확’실한 ’청‘렴을 위해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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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2020-04-01 08:15:44
울림이 있는 귀한 글귀를 기억합니다. 오름지기 문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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