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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정원[(14) 엉겅퀴 2
[시의 정원[(14) 엉겅퀴 2
  • 영주일보
  • 승인 2020.05.22 15: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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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국 시인
고정국 시인
▲ 고정국 시인 ⓒ영주일보

엉겅퀴 2

고정국

쉽사리 야생의 꽃은
무릎 꿇지 않는다.

빗물만 마시며 키운
그대 깡마른
반골의

식민지 풀죽은 토양에
혼자 죽창을
깎고
있다.
 

양순진 시인
▲ 양순진 시인 ⓒ영주일보

제주는 시조의 천국이다. 시조의 대가라고 불릴만한 시조시인 두 분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 분들은 고정국과 오승철! 그분들이 계시기에 제주에 시조의 세계가 엉겅퀴처럼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희한한 건 두 분 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태생이다. 위미리에 16명의 문인이 탄생되었다니 위미리의 힘은 대단하다. 작년 내 딸이 위미리에 시집 갔고 내년 1월, 아가가 태어날 것이다. 예술적 기운을 얻고 말이다.

오늘은 감히 고정국 시조시인의 대표시조 '엉겅퀴 2'를 골랐다. 고정국 시인의 시조세계는 심상치 않다. 내가 처음 대면한 <서울은 가짜다>라는 시집에서 풍기는 반항아적 기질에 깜짝 놀랐고 숨이 멎을 듯 했다. 나는 대학 졸업하고 한국문학의 중심지 서울로 떠나리라는 계획 하에 탈출했었다. 어쩌면 섬의 탈출, 고향의 탈출, 작은 나 자신의 탈출을 의미했다. 그러나 순하고 나약했던 나는 일년만에 귀향했고, 비로소 보석 같은 제주에 눈 떠 제주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의 밑바탕도 없는 내게 <서울은 가짜다>라고 외치는 그 저변의 힘이 폭포수처럼 시원하게 다가왔다. 그는 198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길'로 당선되어 <진눈깨비>, <겨울반딧불>, <개망초 마을의 풍경>,<지만 울단 장쿨레기>, <백록을 기다리며>,<민들레 행복론>,<그리운 나주 평야> 로 끊임없는 창작열을 보여준다. 산문집 <고개 숙인 날들의 기록>과 체험적 글쓰기론 <조사에게 길을 묻다>도 독자의 많은 사랑을 받는다. 또한 중앙일보 시조대상 신인상, 유심작품상, 이호우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한국동서문학상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특이할만한 것은 '시조로 쓰는 관찰일기', '시조로 낭송하는 스토리텔링', '시조 1만 계단 내려 걷기' 등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열정과 시도로 등단 30년의 삶을 실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엉겅퀴는 산에 들에 고사리가 갓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는 3월에 순한 싹이 돋기 시작하여 점점 가시가 돋아나고 6~8월에 자주색 꽃을 피운다. 꽃이 예쁘다고 섣불리 손 대었다가는 앗!하는 굉음과 함께 독한 가시에 찔리게 된다. 몇년 전 식물에 빠질 때 무턱대고 가까이 갔다가 괴물 가시에 당한 식물이 엉겅퀴와 백년초다. 그런데도 오기로 면장갑 끼고 엉겅퀴를 캐어 효소를 담그고, 백년초를 따서 주스를 만들어 먹었다. 그들의 속성을 끝까지 알고 싶었고 가치를 재발견하고 싶었다. 속물처럼.

이 시 또한 가볍지 않다. 그의 모든 시평에 따라다니는 저항과 비판, 참회와 성찰, 구체와 실존, 서사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슬픈 반역의 노래'라는 이미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엉겅퀴 2'는 제대 후 황무지를 개간하는 중 전봉건의 목소리를 듣고 바로 쓴 즉흥시라는 고백을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이 시는 피가 철철 끓는다. '쉽사리 무릎을 꿇지 앓는' 야생의 꽃의 굳은 의지, 그건 바로 시인의 의지다. '빗물만 마시며 키운 반골의 뼈'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으려고 온몸에 키운 철가시들을 의미하며, 시인의 방어벽이다. '식민지 풀죽은 토양'을 개간하며 일어서려는 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굴복하지 않으며 '혼자 죽창을 깎고 있는' 가난한 시인의 몸부림이 눈 앞에 선하게 그려진다.

탈상식의 세계 '자유'를 넘나들며 2천 首가 넘는 단시조를 보유하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시조 '달맞이꽃', '바람꽃', '강아지풀', '민들레 행복론', '달 꽃', '빨간 민들레', '마라도 노을', '겨울 등대', '곡괭이' 등을 필사하며 가슴에 위미리 바다 파도소리가 일렁이는 것을 감내한다. 그의 강연에서 '자연 읽기는 글쓰기의 시작'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助詞에게 길을 묻다>에서 ' 주변의 나무 한 그루를 친구로 정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그 나무와 대화를 나누면서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를 전해들어라.'라는 가르침은 시인이 되기 위한 첫 단계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엉겅퀴 1'도 함께 읊어본다.

죄다 무너질 때도/ 고집 하나로 버텨온 삶/조촐한 그 행색이/ 하늘 아래 떳떳하고//가끔은 가시 돋힌 말도/ 할 줄 아는/ 그/ 성깔// ('엉겅퀴 1' 전문) [글 양순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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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시 2020-05-24 10:02:05
좋은 시를 감상평 하면서 왜 본인의 시를 자랑?하는건가요?
시 감상의 예의부터 알아야겠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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