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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25) 가마솥 같이 이채로운 굼부리여왕 아부오롬
[오롬이야기](25) 가마솥 같이 이채로운 굼부리여왕 아부오롬
  • 영주일보
  • 승인 2020.07.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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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굼부리가 내려다 보이는 아부오롬의 가을
▲ 굼부리가 내려다 보이는 아부오롬의 가을 ⓒ영주일보

제주~표선 번영로상 대천동 사거리에서 좌회전, 첫 삼거리에서 성산읍 고성으로 나가는 길로 우회전 표시를 따라 200m 쯤 가면 아부오롬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잘 보지 않으면 휘~익 송당까지 가 버릴 수 있다. 그만큼 아부오롬은 나지막하기에 눈여겨 봐야한다.

아부오롬은 아끈도랑쉬오롬처럼 어디서 봐도 그 모양이 비슷하다. 그 말인즉 뚜렷하게 높은 봉우리가 없다는 말이다. 또한 아끈도랑쉬오롬의 비고가 58m, 아부오롬은 51m로 비슷하고 두 오롬 모두다 원형분화구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부오롬은 산굼부리, 하논분지와 더불어 제주의 삼대 마르형분화구Maar形噴火口의 특징을 보이기에 유명하다. ‘화산이 폭발할 때 지하의 가스 따위가 지각의 틈을 따라 한군데로 모여 폭발하면서 생긴 분화구로 가운데가 움푹 파인 원형 분화구를 이루고 있는 것이 마르형 분화구의 특징이며 그곳에 퇴적층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다움 한국어사전).’

아부오롬은 송당리 마을 앞에서 보면 남쪽에 있어서 ‘앞오롬’이라고 하였는데 ‘ㅂ’이 탈락하여 ‘앞오롬→ 아부오롬 → 아보롬이라고 불려졌다. 이를 한자로 버금아亞(또는 언덕아阿), 아비부父, 산악岳자로 표기되었다. 조선총독부가 발행지도(1919년), 증보탐라지(1954년)에는 이를 의역意譯하여 ‘전악前岳’, 또는 음차하여 ‘압악鴨岳’이라 쓰인 곳도 있다.

그런데 아부오롬 표지에나 김종철의 ‘오름나그네기’ 책에서는 “산 모양이 믿음직한 것이 마치 가정에서 어른이 좌정해 있는 모습 같다 하여 ‘아부악亞父岳’이라 하며, ‘아부’란 존경하는 사람, 아버지를 뜻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한자로 음차한 ‘아부오롬’을 해석한 데서 온 견강부회牽强附會라 할 것이다.

찔레꽃 피어나는 아부오롬 굼부리
▲ 찔레꽃 피어나는 아부오롬 굼부리 ⓒ영주일보

‘아부오롬 어디에 좌정한 아비의 모습이 보이는가?’ 중학교시절 아부오롬을 처음 올랐을 때 한 친구가 큰소리로 외쳤다. “야 가마솥이네!” 한 친구가 그 말을 듣고는 “아니야, 올림픽 경기장이야!” 그 옛날 아부오롬에 올랐던 친구들의 외침에 대한 견해는 어제나 오늘도 변함없는 아부오롬의 참 모습이다.

또한 옛 책에 한자를 의역하여 ‘전악前岳’이락 했는데 이도 맞지 않다. ‘아부오롬’은 언덕, 산비탈을 뜻하는 ‘언덕아阿’와 ‘가마솥 부釜’를 써서 아부악阿釜岳(중국어 발음āfǔyuè)이라 하면 제주어-아부오롬, 중국어-아부악阿釜岳āfǔyuè, 영어-Aup Oreum(Mountain) 3개 국어가 표기상에나 발음상에나 뜻에서나 유사하여 가장 추천할 만하다.

아부오롬 뿐 아니라 제주도 오롬 표지판에는 문제점이 실로 많다. 이름의 뜻, 한글, 한자, 영어의 표기. 각 곳에 부쳐진 곳마다 통일성이 없는 것도 큰 문제이다(아부오롬도 입구 표지판에는 아부악亞父岳이라 하고 오롬 위에는 전악前岳이라고 되어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하여도 아부오롬에 주차장이 없어서 큰 길에 주차하게 되어 안전에 문제가 많았다. 그러나 개인소유인 이곳을 주차장으로 개방하여서 승용차 40~50대를 주차하는 데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또 2020년 봄에는 이동식화장실까지 설치되어 좋다.

아부오롬 등성이에서 동서남북을 바라보면 오롬부촌인 송당리 오름들이 가득하다. 남으로는 푸른빛 한라산이 우뚝한데 조천읍 부대악, 부소악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거슨새미, 초오롬, 안돌오롬, 밧돌오롬, 둔지오롬, 북쪽으로는 도랑쉬, 높은오롬, 용눈이, 동거무니와 동쪽으로는 성불오롬, 비치미, 멀리 표선면 영주산까지도 보인다.

아부오롬 입구에서 촬영하는 신혼부부들
▲ 아부오롬 입구에서 촬영하는 신혼부부들 ⓒ영주일보

아직 코로나나 사태가 끝나지 않은 화요일(평일)에도 아부오롬에서는 혼사촬영을 하는 신혼부부들이 가득하다. 아부오롬 둘레 길은 넉넉하여 몇 백 쌍을 풀어놓아도 문제될 것 같지 않다. 싱그러운 늦은 봄, 하늘은 푸르고 오롬은 파랗다.

산등성이에는 노오란 솜양지꽃, 가락지나물, 개민들레, 미나리아제비, 작고 하얀 벼룩나물, 보랏빛 꿀풀, 엉컹퀴, 자주빛 등심붓꽃, 아이보리빛 풀솜나물과 흰색 크로바가 야자매트 보도 좌우를 장식한다.

오롬 둘레 길에는 소나무가 대부분인데 등성이 아래로는 예덕나무, 보리똥나무들 사이로 청미래 덩굴은 푸른 망개가 열렸고 산딸기는 붉고 바닥에 뱀딸기도 익어간다. 그러나 멍석딸기는 이제야 보랏빛 작은 꽃을 피운다. 몇 그루의 오미자 줄기가 보이나 열매가 없으니 구별하기 어렵지만 남오미자일 것이나 흑오미자면 더 귀하리라.

서북쪽 비탈을 따라 어린 시절 소풍 다니던 굼부리 아래로 내려가 본다. 참취나물 몇 그루, 쥐오줌나물 한 두 그루, 꽃이 진 오랑캐꽃이 잡초들 속에 숨어있다. 남쪽 굼부리에는 키 큰 상수리나무, 참나무들이 가득하다.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훤히 보이는 삼나무들은 원을 그리며 심겨졌는데 꽤 크고 굵다. 푸른 풀밭 듬성듬성 이에 찔레꽃이 한창이다.

굼부리 안에는 오롬 둘레길 만 보이나 오롬 등성이에서는 다른 오롬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부오롬의 등성이 둘레 길은 1.500m, 바닥 둘레는 500m이다. 오롬의 높이(비고)가 58m인데 굼부리의 깊이는 78m이니 오롬의 높이보다 굼부리가 더 깊다. 굼부리 안에는 돌담이 둘러 있고 돌담 밖에는 오롬 등성이에서 보이던 키 큰 삼나무들이 둥그렇게 심겨있다.

들꽃들이 피어나는 아부오롬의 봄
▲ 들꽃들이 피어나는 아부오롬의 봄 ⓒ영주일보

아부오롬은 송당리 마을공동목장이다. 지금도 오롬굼부리 안에는 소를 방목을 하는 듯 굼부리 둘레 길에는 소발자국들이 보이고 소똥들도 많이 보이는데 지금도 방목이 이뤄지고 있다. 굼부리 아래 북동쪽으로 나가면 밖에서는 보이지 않던 선돌 같은 큰 바위하나를 볼 수 있는 것 외에 특이한 모습은 보이지는 않는다.

아부오롬에서 제작된 영화 ‘이재수의 난’이 히트치지 못하여 애달픈 제주의 사연도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아쉽다. 아부오롬의 가을, 오롬 기슭에 억새꽃이 휘날릴 때면 오롬은 산유화들로 잔잔히 빛난다. 잔대, 꽃방망이, 꽃향유, 쥐손이풀, 산부추, 쑥부쟁이, 딱지꽃, 도라지모싯대, 닭의장풀 등이 한바탕 피었다 지고나면 오롬은 다시 누런빛 하늬바람과 함께 겨울로 간다.

간밤 내린 첫 눈처럼 때가 이르면/
첫 사랑 아련함도 오름의 전설처럼 녹아 들리라//
스치는 바람에 옷깃 여미듯/ 심연深淵에 잠겼던 그리움도 삶의 그늘이거늘
추억은 한라산 황사를 덮음 같아라/ 높은오름 동거미가 손지오름 품은듯
아, 다시 품을 수 없는 서럽던 옛날이여/ 자라는 소나무 굼부리 가리듯, 아부오름아
아름다운 내 어린 날/ 너는 굼부리에 숨어서 아련하구나//
이제 남은 건/ 지는 석양을 함께 바라보는 것 뿐

-문희주의 시, 연상애가戀想哀歌-아부오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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