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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롬이야기](43) 제주목 별방진에서 해시亥時(돼지) 방향에 있는 돗오롬
[오롬이야기](43) 제주목 별방진에서 해시亥時(돼지) 방향에 있는 돗오롬
  • 영주일보
  • 승인 2020.11.05 09:1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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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주 오롬연구가·JDC오롬메니저
□새롭게 밝히는 제주오롬 이야기
세송로에서 본 돗오롬
▲ 세송로에서 본 돗오롬 ⓒ영주일보

돗오롬은 송당리 산3번지와 평대리 산16번지로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평대는 옛날 괴뱅듸라 했는데 후에 괴(한동리)와 뱅듸(평대리)로 나뉘었다. 평대라는 말은 제주어로는 ‘평지=평야’라는 말이다. 구좌읍에서 오롬 없는 마을은 여의리(상, 하도리)와 동복리, 평대리 뿐이다. 그중 평대리는 넓은 평지를 가진 마을로 제주 최다 오롬부자인 송당리와 경계를 나누 곳에 있다.

돗오롬은 해발284m, 비고129m, 면적430,425㎡로 구좌읍 41개 오롬 중에 높이 5번째, 면적이 6번째이다. 제주 동쪽에서 가장 높은 도랑쉬오롬 西쪽은 돗오롬과 비자곳, 해변으로는 평대리가 있다. 南쪽은 주구물곳과 송당리, 東쪽으로는 윤드리오롬과 세화리가 있다. 이렇게 3개의 곳자왈 숲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 돗오롬이다.

제주오롬의 명칭들이 역사적으로 잘못 된 곳이 아주 많고 현재 쓰이는 명칭도 문제가 많다. 구좌읍 오롬들 중에 돗오롬 만큼 이름이 많은 곳도 없다. 돗오롬의 ➀‘돗’은 제주어로 돼지, 덫, 돌인데 현재, 비자림 표지판에는 ‘돗오롬’라 쓰였다. ➁‘돛’은 돛단배의 돛으로 바람을 받아 배를 떠가기 위해 오르내리도록 만든 넓은 천이고, 내비게이션은 ‘돛오롬’이라 되어 있다.

➂‘돝’은 돼지의 한국방언으로 '덫'과 같다. 현재 돗오롬 입구에 쓰였다. 또한 ➃톳오롬, ➄도도롬 ➅도토롬 등으로도 쓰였다. 그러나 마을에서는 이 오롬이 비자곳에 접해 있다하여 ➆‘비자오롬’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돗오롬 표지판에는 이를 ‘비지오롬’이라고 잘못 표기하므로 하여서 ‘비지오롬’이라고 쓰이기도 했으니 웃기는 일이 아닌가.

돗오롬서 본 동편오롬들
▲ 돗오롬서 본 동편오롬들 ⓒ영주일보

제주목사 이원조가 쓴 탐라지초본에 이 오롬은 ➇‘저악猪岳’이라하였다. 제주오롬에 대해서 권위 있다는 어떤 교수는 “이 오롬의 형세가 마치 ‘산톳(산돼지)’와 같아서 붙인 것이다.”고 하나 전혀 아니다. 단지 ‘돼지를 닮아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하여도 자세히 본 사람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탐방기를 쓴 사람들 글을 보니 “어디로 보아도 돼지를 닮아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왜 돼지를 닮았다 하는가?

나는 이 오롬이 동물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동물을 닮지 않았으면 12 간지시干支時 중에서 해시(亥時돼지시)에 해당하여서 생긴 이름일 것이라 보았다. 12간지시 방향을 제주목에 두고 보니 아니다. 그러면 ‘김녕현’ 일까 하였지만 아니다. 그래서 별방진에 간지를 돌려보니 정확이 亥時(돼지시)에 해당하였다. 그래서 ‘돼지 저猪’자를 써서 ‘저악猪岳’이라 쓴 것이다.

별방진 축성은 1510년 중종 5년, 제주목사濟州牧使 장림張琳이 김녕현金寧縣에 있던 방호소防護所를 옮긴 것이다. 이원조는 275대 제주목사(1842~1843)로 재임했는데 별방진이 축성된 후이다. 돗오롬이 소재한 곳은 세화-평대-송당이 인접한 곳이고 세화는 당시 별방진(별방면)에 속해 있었기에 제주목사관할로 별방진과 김녕현 경계점에 있다.

돗오롬 입구는 동쪽으로 나 있고 서쪽은 한동, 남쪽은 송당, 서쪽은 세화리다. 돌계단 입구를 올라 50m쯤 가면 4거리다. 직진하면 정상인데 한 바퀴 돌고 내려오면 다시 입구 앞 50m지점이다. 다시 좌측 둘레길을 돌아서 나오면 입구 50m 지점으로 주차장이 있는 입구이다. 아마도 이것이 가장 합당한 코스일 것이다. 이 코스를 따라가면 1시간 20~30분 걸린다.

돗오롬 정상에서 본 해질녘
▲ 돗오롬 정상에서 본 해질녘 ⓒ영주일보

돗오롬 정상으로 올라가면 동쪽의 도랑쉬오롬과 동남쪽으로는 용눈이, 손지오롬이 보이고 동북쪽으로는 종달리 마을 가까운 지미오롬과 소섬牛島도 보인다. 그런가 하면 도랑쉬 남쪽의 주구물 곳자왈과 그 왼쪽의 비자곳이 보이고 바다가 쪽으로 세화리가 보인다. 조금 더 나가면 한동 둔지오롬이 보인다. 입구에서 몇 백 미터 더 가면 두 갈레 길인데 오른쪽 방향은 둘레길, 왼쪽 방향은 정상길이라 쓰였는데 어느 쪽으로 가든 굼부리 한 바퀴 돌고 다시 이 지점에서 만난다. 정상길은 바로 언덕을 오르고, 둘레길은 이 언덕을 타고 내려오니 어디든 좋다.

비탈진 언덕을 타고 오르면 200m 안 되어 정상이다. 정상에는 목재의자와 작은 평상, 오롬소개 판이 붙여있다. 정상에 서면 서남쪽은 전망이 열려 있으나 동북쪽은 다소 가려져 있다. 정상에서 보면 한라산이 서쪽으로 보인다. 해질녘, 돗오롬 정상에 서니 한라산 너머로 황혼이 지고 떨어지는 저녁 해를 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만추로 가는 11월 초, 다시 정상을 오른다. 4계절 모두를 비교해 보니 돗오롬은 역시 만추에 오르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정상 서쪽 둘레를 돌아보니 편백나무도 몇 그루 보이나 소나무들이 대세다. 그러나 많은 소나무들이 제선충으로 베어지고 아직도 단풍 든 나무처럼 발갛게 된 나무, 이미 고사한 나무들도 보인다. 제주의 기후와 토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국가 시책으로 소나무, 삼나무를 심었을 것이다. 무사안일한 탁상행정의 결과들임을 알 수 있다.

돗오롬은 용눈이, 따라비, 새별오롬과 같은 민둥산이 아니라서 들꽃의 향연은 볼 수 없고 아주 작은 수이나 가을을 맞아 각종 들꽃이 피어난다. 4보화(4가지 보라색꽃)는 당잔대, 한라산부추, 산박하, 꽃향유, 4백화는 참취, 바디나물, 물매화, 억새, 3황은 감국, 미역취, 개민들레, 3홍과는 망개(청미래열매), 호병(찔레열매), 가막살열매, 3흑과는 가마귀쥐똥열매, 산초열매, 천선열매들이다. 또한 둘래길에는 구리장열매, 말오줌때열매, 팔손이 하얀꽃도 한창이다. 그러나 종류는 많으나 수량은 아주 작은 편인데 그중에 제일 많은 것은 한라산부추이다.

돗오롬 정상가는 길
▲ 돗오롬 정상가는 길 ⓒ영주일보

정상길은 잔디가 깔린 낮은 솔숲 사이를 지나는 맑고 따스한 가을길이다. 저녁 빛에 원형 굼부리 억새들이 푸른 울타리 속에서 간들간들 춤춘다. 돗오롬은 송당쪽에서 보면 넓고 높은 봉우리가 보이고 또한 남쪽 봉우리가 높기 때문에 세화나 평대서 보면 땅콩처럼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상길에 비하며 둘레길 식생은 다양한 편이다. 특히 비자곳과 좁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다른 오롬에 비하여 비자나무들이 많다. 또한 산벗나무가 많고 제주산 담팔수, 아왜나무, 참식나무, 구럼비나무들이 많은데 구좌읍 오롬들 중에는 산초나무가 제일 많다. 특히 말오줌때 까만열매가 붉은 껍질에 싸인 것은 정말 귀엽다.

중간층 나무들로는 산초나무와 작살나무, 가마귀쥐똥나무들이 많다. 아쉬운 것은 한그루 있던 때죽나무 큰나무가 쓰러졌는데 나이가 들어서 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기후변화로 그럴 것이다. 이 나무가 쓰러져 죽으면 이제 돗오롬도 다른 오롬들처럼 때죽나무는 사라질 것이다. 둘레길에는 개모시와 천남성, 우슬초, 재완지풀도 많지만 작은 나무들로는 천냥금이 조금 보이고 비자곳에 그렇게 많은 자금우는 아주 희귀하다.

서북쪽으로는 당근, 감자, 무밭들이 보이고 오롬 중턱으로는 키 큰 삼나무들이 울창하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는 돗오롬 둘레길, 만추에는 늘푸른 나무들이 좌우로 가득한데 호젓한 산길에는 천선과, 예덕나무, 산벗나무 잎새들이 나부끼는 억새들로 더불어 제주만의 독특한 모습이다. 돗오롬은 4철 어느 때나 잔디밭 오롬길과 호젓한 산길이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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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동 2020-11-08 18:23:32
제주에 산재한 오름 연구를 통해 향토 자연 문화의 바른 이해를 돕는 문교수님의 글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재되고 있는 오름을 읽으면서 몇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네요
1. 제주에 산재한 오름이 몇 개나 되는지 그리고 어느 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2. 지금까지 소개한 제주의 오름들의 높이를 보면 보통 200-300 미터 정도인데 한라산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오름은 어느 지역에 있는 어떤 이름을 가진 오름 인가요
3. 오름 연구를 위해 현장을 답사하고 또 필요한 문헌 자료들도 찾아보시는 것 같은데
이런 자료들은 주로 어디서 찾게 되는 지요
나는 영주일보데 연재되고 있는 오름 연구에서 특별히 각각의 오름들이 가진 이름의 본뜻과 의미에 관심이 많습니다
좋은 연재를 기대합니다

박해동 2020-11-08 17:36:29
돗오름에 대한 어원을 잘 밝혀주셨네요
1842-1843년 제주목사 이원조가 쓴 탐라지초본에 이 오롬은 저악猪岳’이라고한 고문헌에 기초하여
12 간지시干支時 중에서 해시(亥時돼지시)에 해당하여서 생긴 이름일 것이라 본 저자의 추론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별방진에 간지를 돌려보고 정확이 亥時(돼지시)에 해당한 것을 확인하고 ‘돼지 저猪’자를 써서 ‘저악猪岳’이라 쓴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하니 저자의 오름 연구가 얼마나 진지하게 진행하고 있는지 짐재하고 남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도 돗 또는 돝오름에 얽힌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명희 2020-11-05 14:31:11
빨갛게 물든
저 녁 해질 녘 오름 정산에서
보면 제주의 정겨운 모습이 한 눈의 보이겠지요
지금쯤 억새들의 춤사위를 보면 사는 것이
행복이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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